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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용수 할머니는 왜 ‘30년 동행’ 수요집회를 비판했을까

등록 2020-05-08 18:57수정 2020-05-15 10:42

“수요집회 없애야…성금 사용처 몰라”
회견 파문에 정의연 뿐 아니라 연대자들도 ‘충격’
정의연 쪽, 1억원 계좌 이체증 등 공개…“모금내역은 감사받고 공시”
단체 중심 운동 과정에서 소외감……비례대표 배제된 쪽 배후설도
1992년 1월8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차 수요시위”가 열린 뒤 만 28년이 지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오른쪽)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1월 열린 제1421차 수요시위에서 대화 중 포옹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1992년 1월8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차 수요시위”가 열린 뒤 만 28년이 지났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오른쪽)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지난 1월 열린 제1421차 수요시위에서 대화 중 포옹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8년 동안 한결같이 ‘수요집회’를 이어왔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인권운동가들이 충격에 빠졌다. 피해를 맨 앞에서 증언해온 피해자 가운데 한명인 이용수(92) 할머니가 수요집회 성금의 용처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더이상 집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집회를 주최해온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쪽은 이 할머니를 만나 대화하려 했으나 불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8일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한겨레>에 “앞서 어버이날을 맞아 이용수 할머니를 방문하는 일정이 잡혀 있었으나, 여러 차례 연락해도 받지 않으셔서 결국 찾아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정의연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지난 30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회복을 바라며 정의연의 운동을 지지하고 연대해오신 분들의 마음에 예상치 못한 놀라움과 의도치 않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요집회를 없애야 한다. 참가한 이들이 낸 성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른다” “성금을 할머니들한테 지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연 쪽은 이날 2017년 시민 모금 등을 통해 이 할머니에게 전한 1억원의 계좌이체증 등을 공개하고 “후원금은 정의연이 피해자 지원 쉼터를 비롯해 전국에 거주하고 계신 피해자 할머니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모금 사용은 정기적인 회계감사를 통해 검증받고 공시 절차를 통해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단순히 금전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주인공인 이 할머니는 2007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직접 증언했을 정도로 피해자 운동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가 정의연 중심으로 전개돼온 위안부 피해자 운동에서 오랫동안 소외감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연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일본과 보수진영 등에서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 ‘가짜 피해자’라는 등의 공격이 있었는데 이 할머니가 공개적인 자리에서 ‘시키는 대로 증언을 해왔는데 왜 나를 보호해주지 않냐’고 정의연에 서운함을 토로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함께 운동해온 윤미향 전 정의연 이사장이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 당선된 것도 할머니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윤 전 이사장은 “국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민사회에선 “현장 활동가로 일할 때와 같을 순 없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시선을 던지기도 한다. 이 할머니도 기자회견에서 “나는 국회의원 윤미향이는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홀로 사는 이 할머니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뒤 고립된 채 지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에 동석한 최용상 가자평화인권당 대표가 지난 총선 당시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후보에서 배제된 데 크게 반발한 점을 들어 ‘배후설’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날 <한겨레>에 “나도 (이용수 할머니가) 그런 발언을 하실 줄 몰랐다. 할머니가 이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면서 허망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배후설을 일축했다.

그동안 위안부 피해자 운동을 공격해온 극우 진영의 공세도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조만간 위안부 문제를 정당화하는 <반일종족주의> 속편 출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정의연 건물 앞엔 이미 한달 동안 보수단체가 집회신고를 해둔 상태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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