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독립기관’ 공수처, 하필 법무부 있는 과천청사로 가나

청, 서울 입주 어렵다 판단에
‘정부과천청사 5동’ 유력 검토
“수사 독립·공정성 필수인데…”
애초 입법취지 위반 지적 잇따라

방문자 등 행정부쪽 노출 우려
법무부서도 “세종 가겠다” 반대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청사. <한겨레> 자료사진

7월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부과천청사에 들어서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엄정하게 수사하도록 입법부·사법부·행정부에서 독립된 기구로 설치되는 공수처가 행정부가 관리하는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하는 셈이어서 독립성 논란이 예상된다.

12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최근 청와대 민정수석실 쪽은 공수처가 입주할 사무실 후보군을 물색하다가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법무부 쪽에 전달했다. 애초 서울 강북의 한 건물에 입주하려고 했으나 최근 이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입주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공수처 입주 예정지는 과천청사 5동이다. 중앙부처 중 과천청사에 남아 있는 곳은 법무부가 유일한데, 법무부는 현재 1동 전체와 5동 일부를 사용하고 있다.

공수처의 정부과천청사 입주가 확정되면 ‘독립적인 수사기관’으로 설계된 입법 취지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게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공수처는 대통령의 인사권과 임명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과 특별검사 제도로는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신설되는 조직이다. 기구의 독립적 지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다 보니, 공수처법에는 입법·행정·사법부 어디에도 속한다는 규정이 없다. “대통령과 대통령비서실도 공수처 직무수행에는 일절 관여하지 못하게”(공수처법 3조 3항) 돼 있다. 공수처법 설계 과정에서도 당연직을 포함한 공수처장 추천위원 7인 중 2인을 야당 몫으로 배정하고 추천위원 6명의 찬성으로 처장 후보를 추천하도록 했다. 공수처 수사의 독립성·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처장 선임 방식부터 세심하게 설계했는데 공수처가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하게 되면 정치적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정부과천청사를 방문할 때는 방문자 신원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공수처 수사 정보가 행정부 쪽에 노출될 개연성도 있다. 현재 정부과천청사 방문자는 고객안내센터에서 신분증을 제출하고 방문 목적을 확인받은 뒤 출입할 수 있다. 이 시스템대로 운용된다면, 공수처 수사 대상인 피의자 등도 정부청사관리본부(행정안전부 소속)의 신원 확인을 거쳐야 공수처 건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법무부도 공수처와 법무부가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공수처가 과천으로 오면 법무부가 세종청사로 내려가겠다”며 강하게 반대했다고 한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상시 입주할 사무실을 구하기가 어렵고 일반적인 수사 보안 문제를 생각하면 정부과천청사 입주의 순기능이 있긴 하다”며 “한편으로는 독립된 공수처 조직의 특성상 행정부의 상징과 같은 과천청사 입주가 오해를 빚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정필 임재우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