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채혜원의 베를린 다이어리
22. ‘차별에 맞불’ 할머니 그룹 오마스(Omas)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 맞선 시위
현장에 늘 있는 50~80대 오마스
독일 100여개 그룹 등 3천여명 활동
나치와 전쟁의 참혹함 경험한 세대
“우리의 영혼과 정신은 젊습니다
불의·차별로 나라 망가지기 원치 않아
다음 세대, 모두 위해 투쟁할 것”
22. ‘차별에 맞불’ 할머니 그룹 오마스(Omas)
인종차별, 성차별, 파시즘 맞선 시위
현장에 늘 있는 50~80대 오마스
독일 100여개 그룹 등 3천여명 활동
나치와 전쟁의 참혹함 경험한 세대
“우리의 영혼과 정신은 젊습니다
불의·차별로 나라 망가지기 원치 않아
다음 세대, 모두 위해 투쟁할 것”

‘극우에 맞서는 할머니들’(Omas gegen Rechts) 그룹은 2017년 11월 오스트리아에서 처음 결성됐으며 현재 3천여명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오마스 오스트리아 지부 제공
2017년 오스트리아에서 시작 그 이후로 할레에서 벌어진 극우주의자의 유대교회당 테러(2019년 10월) 규탄 시위, 하나우(Hanau)에서 극우주의자에 의해 벌어진 총기 난사 테러(2020년 2월) 규탄 집회, 지난 5월8일 종전기념일에 맞춰 도시 곳곳에서 열린 ‘파시즘 해방의 날’ 집회에도 오마스 그룹은 함께했다. 세계 여성의 날이나 임신중단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형법 ‘218조 폐지’ 촉구 시위 등 페미니즘 이슈에 관한 집회에도 오마스 회원들은 피켓을 들고 등장했다. 인종차별과 성차별, 신자유주의, 파시즘 등에 맞서 투쟁하는 베를린 시위 현장에 그들은 늘 함께 있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믿습니다. 우리의 육체는 늙었으나 영혼과 정신은 젊습니다. 우리는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막기 위한 여러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모 세대로부터 전쟁과 독재 체제에서 사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배웠습니다. 그러한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결의를 다졌습니다. 우리는 불의와 차별로 나라가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으며, 다음 세대 그리고 모두를 위해 투쟁할 것입니다.”(‘Omas gegen Rechts’ 선언문 중에서) 오마스 활동은 2017년 11월, 오스트리아에서 시작됐다. 모니카 잘처(72)가 페이스북에 그룹 계정을 만들면서 빠른 속도로 회원들이 생겨났고, 이후 민주주의를 외치는 현장이나 집회에 ‘극우에 맞서는 할머니들’ 피켓이 등장했다. 이후 2018년 1월부터는 베를린, 함부르크, 브레멘과 보훔, 뮌헨 등 독일 전역에서 100개가 넘는 ‘오마스’ 그룹이 생겨났다. 현재는 오스트리아와 독일에 총 3천여명의 회원이 함께 활동 중이다.

지난 5월19일, 베를린 템펠호프 공원에서 오마스 베를린 지부에서 활동 중인 베티나(왼쪽)와 아네테를 만났다. 베를린 지부에는 60여명 회원이 활동 중이다. 채혜원 제공

지난해 9월21일 ‘성적 자기결정권을 위한 행동의 날’을 맞아 열린 집회에 참석한 오마스 베를린 지부 활동가들 모습. 채혜원 제공
미래를 만드는 것, 청년만의 몫 아니야 현재 오마스 베를린 지부는 매주 토요일마다 극우세력 위주로 열리고 있는 ‘코로나 봉쇄령 반대’ 시위에 맞서는 집회를 조직하고 있다. 또한 5월부터 50명 이하의 소규모 집회가 허용된 상태라,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광장인 알렉산더광장에서 월 1회 진행해온 홍보 활동도 이어간다. 홍보는 피켓을 들고 서서 홍보물을 배포하며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시리아에서 온 청년이 독일에서 직업훈련을 받으며 정착하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랩 음악을 하는 청년이 자신의 작업에 함께 참여해줄 수 있는지 의사를 물어온 적도 있다. 정치적 견해가 다른 시민과 논쟁도 벌인다. 오마스 활동가들은 “우리의 목소리와 의견을 전달함과 동시에 다양한 시민과 소통하는 것도 우리의 주요 활동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4년 동안 여러 현장에서 오마스 활동가들을 만나며,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은 청년 세대만의 몫이 아님을 다시금 깨달았다. 역사의 산증인으로 통찰과 혜안의 힘을 지닌 그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뜨거운 열망과 결의로 길 위에 서 있다. 여성의 정치적 저항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상징인 핑크 모자(Pussyhat)를 쓰고서. ‘두 번 다시 파시즘을 겪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다시 전쟁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외치는 오마스 활동가들을 오래도록 만나고 싶다.
▶채혜원: 한국에서 여성매체 기자와 전문직 공무원으로 일했다. 현재는 독일 베를린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국제 페미니스트 그룹 ‘국제여성공간’(IWS)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를린에서 만난 전세계 페미니스트에 대한 이야기와 젠더 이슈를 전한다. 격주 연재. chaelee.p@gmail.com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