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한 구속이 기각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에 오르고 있다. 의왕/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로부터 합병과 주가관리 등 ‘승계 작업’과 관련된 조언을 수년 동안 받은 문건과 프레젠테이션 자료 등을 검찰이 확보했다. 검찰은 이를 “승계 작업은 미래전략실 임직원이 알아서 했고 나는 모르는 일”이라 하는 이 부회장의 주장을 뒤집는 핵심 물증으로 보고 있지만, 이 부회장 쪽은 “골드만삭스의 일방적인 영업활동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1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2012년 무렵부터 수년간 이 부회장이 삼성 미래전략실이 작성한 승계 작업 관련 문건들을 직접 골드만삭스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골드만삭스의 조언을 받아 다시 미전실에 전파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이 부회장이 미전실이 마련한 승계 관련 방안을 골드만삭스를 통해 ‘교차검증’해왔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이 부회장에게 전달한 조언 중에는 지배권 확보 관련 내용,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성사를 위한 주주 설득, 주가관리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드만삭스는 이 부회장에게 ‘제일모직 상장 뒤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고,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크므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주가관리’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조언도 했다고 한다. 제일모직의 대주주였지만 삼성물산 주식이 없었던 이 부회장은, 2015년 9월 두 회사 합병 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의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삼성 승계 작업에서 골드만삭스가 사실상 이 부회장의 ‘비선 참모’ 역할을 해왔던 정황은 이외에도 여럿이다.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이 부회장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에게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논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골드만삭스가 중재 역할을 했다. 또 2015년 6월 초 엘리엇의 합병 반대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주재한 회의에 골드만삭스 관계자가 참석해 조언을 하기도 했다.
반면 이 부회장 쪽 변호인단은 골드만삭스의 이러한 조언들이 검찰이 의심하는 ‘경영권 승계작업’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유학 시절부터 친분이 있던 골드만삭스 관계자가 이 부회장에게 경영과 관련해 일방적인 영업활동을 한 것이지 이른바 ‘승계 작업’과는 무관하다”며 “엘리엇 대책 회의도 삼성물산에서 정식으로 골드만삭스에 자문료를 주고 자문을 구했던 것이고, 이 부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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