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학생들이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시위를 막기 위해 소녀상에 몸을 묶고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장맛비가 쏟아지던 24일 낮 우비를 입은 시민들이 ‘제144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수요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하지만 ‘평화의 소녀상’이 없는 장소였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28년 동안 수요집회를 이어온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보수단체가 집회신고를 먼저 해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날 수요집회 장소는 소녀상에서 10여미터 떨어진 곳이었다. 1992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 피해를 증언한 것을 계기로 시작된 수요집회가 장소를 옮겨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보수단체 자유연대는 7월 중순까지 평화의 소녀상 앞자리에 1순위로 집회신고를 했다.
발언에 나선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수요시위는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피해자 추모를 위해 한 번 거른 것을 제외하곤 1400차를 넘겨 오늘까지 지속되고 있다”며 “(수요집회의) 시간과 공간의 역사적 의미를 부인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가 일어나지만 변함없이 이 자리에 섰다. 밀려나고 빼앗기고 탄압받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돼도 이 자리에 있겠다”고 말했다. 150여명의 시민도 함께 참석해 “30년간의 외침, 할머니들에게 명예와 인권을” 등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지지를 보냈다.
전날인 23일 수요집회를 지지하는 청년들이 소녀상 곁에서 밤샘농성을 벌였다.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소속 청년들은 전날 오전부터 이날 집회 때까지 “소녀상을 지키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소녀상 곁을 지켰다. 이소영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 대표는 <한겨레>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투쟁해온 장소를 보수단체에게 내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단체도 이날 오전 9시부터 소녀상 근처에서 보수단체를 상대로 “수요시위 모욕과 방해를 중단하라”는 항의 집회를 열었다. 6·15 청년학생본부 대학생분과 소속 청년 70여명은 “소녀상을 지키고 역사를 지켜내자”, “수요시위 모욕시위 물러가라” 등의 손팻말을 들고 연대 발언을 이어갔다. 진보대학생넷에서 활동하는 강새봄씨는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들이 피눈물과 외침으로 일궈온 30년의 세월을 일본 정부가 사죄할 때까지 계속해서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보수단체도 정의연 해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보수단체와 수요집회를 지지하는 시민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