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n)번방’을 모방해 이른바 ‘제2의 엔번방’을 만든 닉네임 로리대장태범의 재판이 진행된 춘천지법 앞에서 여성단체 회원 등이 손팻말을 들고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디지털 성범죄로 분류된 범죄를 저지른 사람 5명 중 4명 이상이 1심에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에 보고된 양형 자료를 보면, 2014~2018년 5년간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 통신매체 이용 음란(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통한 음란물 유포) 범죄,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 중 하나를 저질러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1823명 중 1526명(83.7%)이 1심에서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다. 앞서 대법원 양형위는 3가지 유형의 범죄를 ‘디지털 성범죄’의 대표 형태로 보고 하나의 범죄 군으로 묶어 양형기준을 설정하기로 의결했다.
디지털 성범죄 1832명 중 카메라 등 이용촬영 범죄자는 1577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48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1329명(84.3%)은 집행유예형이 선고됐다. 통신매체 이용 음란 범죄를 저지른 196명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범죄를 저지른 50명 중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비중도 각각 153명(78.1%), 44명(88%)에 달했다.
대법원 양형위는 지난 13일 열린 회의에서 기존 3가지 유형 외에도 허위영상물(특정 인물의 얼굴과 몸 등을 합성한 영상) 반포,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등을 ‘디지털 성범죄’에 새로 포함해 양형기준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5월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처벌 근거가 새롭게 생긴 데 따른 것이다. 양형위는 오는 9월 디지털 성범죄 5가지 유형에 대한 양형기준안(형량 범위, 양형 인자, 집행유예 기준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장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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