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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수사심의위 ‘불복’ 논란 키운 유불리 셈법

등록 2020-07-27 20:47수정 2020-07-28 09:48

현장에서
지난달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위원들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한동훈 검사장을 울리고, 동시에 살렸다.”

검찰 수사심의위가 ‘검·언 유착’ 의혹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한 검사장에 대해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을 권고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서 나온 말이다. 한 검사장은 국정농단 수사 당시 특검에 파견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수사를 주도했고, 서울중앙지검 3차장 시절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의혹 수사를 이끌었다. 지난 2월13일 부산고검에서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와 만나 대화를 나누다 “나는 그 사람(이 부회장)을 아시다시피 봐줄 생각이 제일 없는 사람”이라고 한 그의 발언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공교롭게도 수사심의위는 이재용·한동훈 두 사람 수사에 대해 모두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이라는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부회장과 한 검사장의 사례를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삼성 불법승계 의혹’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이를 전후로 한 주가조작,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분식회계를 아우른다. 수사기록만 20만쪽에 이르고 구속영장 청구서는 150쪽이 넘는다. 이를 한나절 토론으로 온전히 파악하는 것은 탁월한 법률전문가들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반면 ‘검·언 유착’ 의혹은 사안이 비교적 단순하고, 적용된 죄목도 강요미수 혐의 하나다.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기존에 수사심의위가 다뤄왔던 죄목들보다 법리가 더 복잡하지도 않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처럼 복잡한 사건은 짧은 시간에 수사심의위에서 결론 낼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검·언 유착 사건은 전문수사자문단이 아니라 수사심의위가 적합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사례는 수사심의위가 ‘불복’ 논란이 제기될 정도로 허술하게 설계됐음을 보여준다. 심의에 참여·의결하는 15명의 현안위원은 모두 ‘깜깜이’로 선출되고, 논의 내용도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노골적인 삼성 옹호 이력이 있는 교수가 현안위원으로 추첨이 돼도 걸러낼 수 없고, 수사가 핵심에 이르기 전 ‘수사 중단’을 권고받아도 수사팀에는 그 이유조차 전달되지 않는다. 심의 결과는 ‘권고적 효력’에 그쳐 책임성은 적지만, 그 영향력은 수사 자체를 휘청이게 할 정도다. 과거 검찰개혁위원회에서 수사심의위 도입에 관여했던 법조인들도 “대배심(기소배심)에 가깝게 정교하게 법제화하거나, 그게 힘들면 차라리 폐지하자”는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심의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제도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면서 합리적인 개선 목소리에 무게는 실리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 1월 검찰이 최강욱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하자 전국 검찰청에 “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위원회를 적극 활용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여권 인사들은 수사심의위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 중단을 권고한 뒤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허점을 사전에 점검하지 못한 채 정치적 이익에 따라 제도를 활용해온 단견이 부른 ‘자승자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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