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최근 경영학·회계학 전문가들을 불러 이 사건과 관련해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26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의 ‘불기소·수사중단’ 권고를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결론을 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는 최근 2~3주 동안 경영·회계 관련 전문가들을 연달아 불러 조언을 구했다. 검찰에 출석한 전문가 중에는 삼성 지배구조에 비판적인 회계사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회계사기 여부를 심의했던 금융위원회 감리위원들, 삼성 총수 일가 승계 문제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경영학·회계학 교수들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출석했던 ㄱ교수는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은 다 (검찰에) 갔다 온 것 같다”고 전했다.
검찰은 주로 삼성 쪽이 마련한 방어 논리와 이와 상반되는 물증을 일부 제시하며 견해를 들었다고 한다. 특히 검찰이 확보한 증거 가운데는 딜로이트안진 소속 회계사들이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평가보고서(합병비율 검토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삼성 쪽과 주고받은 전자우편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 전자우편에는 회계사들이 삼성 쪽 요구대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로 ‘1 대 0.35’가 적정하다”는 결론을 내리기 위해 고심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출석했던 ㄴ교수는 “합병비율을 도저히 맞출 수 없고 리스크를 감당하기 힘드니 보고서를 내지 말자는 회계사들의 의견이 이메일에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안진의 회계사들은 제일모직 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 가치는 깎아내린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는 국민연금 등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에 찬성하는 데 결정적인 근거로 쓰였다.
검찰에서 삼성의 반대 논리와 일부 증거를 확인하고 온 전문가 대다수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불기소·수사중단을 권고한 수사심의위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경영학 전공자인 ㄱ교수는 “검찰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 개인의 승계 목적이었다는 것이 명확하다. 그런데 수사심의위원들은 ‘경영상 목적이 아닌 승계 목적 합병이 뭐가 문제냐’는 식의 인식을 가졌던 것 같다”며 “자본시장에 끼친 해악을 생각하면 기소를 피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자료가 확보돼 있었다”고 말했다. 회계학 전공자인 ㄷ교수는 “검찰이 제시한 자료를 보고 당시 삼성바이오의 회계 처리가 국제회계기준(IFRS)이 부여한 재량권을 넘어선 것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줬다”고 밝혔다. ㄹ회계사는 “삼성이 내세운 방어 논리들을 검찰이 진지하게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었다. ‘기소를 위한 기소’가 아니라 전문가 다수가 납득할 기소를 하겠다는 의지로 보였다”고 전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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