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발표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검찰의 핵심 요직인 이른바 ‘빅4’(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공공수사부장) 자리가 모두 호남 출신 인사로 채워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번 인사의 원칙 가운데 하나로 ‘출신 지역 안배’를 들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주요 보직의 ‘특정 지역 검사 돌려막기’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은 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제 검찰에서 ‘누구누구의 사단’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한다”며 이번 인사의 검사장 승진 원칙으로 △검찰개혁 의지 △형사·공판부 중용 △출신 지역 안배 △우수 여성검사 중용을 내세웠다. 검사장 승진만 놓고 보면 영남과 호남 출신이 각각 2명, 서울과 충청 출신이 1명씩으로 편중 현상이 보이지 않는다. 고검장으로 승진한 조남관 대검 차장과 장영수 대구고검장은 각각 호남과 영남 출신이다.
하지만 ‘빅4’라 불리는 검찰의 핵심 보직 인사를 보면 ‘특정 지역 편중, 돌려막기’ 현상이 뚜렷하다. 문재인 정부 초기 법무부 정책기획단장과 대변인을 지낸 뒤 대검 반부패부장에 발탁됐던 심재철 검사장(전북 완주)은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장에 기용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으로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과 호흡을 맞췄고 이 정부 출범 뒤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일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전북 고창)은 유임됐다. 전국 검찰청의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내정된 신성식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전남 순천, 공안·선거 사건을 관할하는 대검 공공수사부장을 맡을 이정현 1차장은 전남 나주 출신이다. 지난 1월 검사장 인사 때의 ‘빅4 호남 독식’(조남관-이성윤-심재철-배용원)이 재현된 것이다.
이번 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검찰 내부에서 나왔다. 광주지검장에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된 뒤 사의를 표한 문찬석 검사장은 8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친정권 인사들’이니 ‘추미애의 검사들’이니 하는 편향된 평가를 받는 검사들을 노골적으로 전면에 내세우는 이런 행태에 대해 우려스럽고 부끄럽다”고 적었다. ‘호남 편중, 돌려막기’ 인사가 ‘검찰개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현 정부의 특성상 검찰 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인력풀이 제한적인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검찰 간부는 “진보세력에서 인재풀이 많지 않아, 믿고 맡길 사람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다. 차관급인 검사장 인사에서 정부 정책과 반대되는 사람을 쓸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인사를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로 배경이 비슷한 이들로 채우면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오판하기도 쉽고 조직 내 신망도 얻지 못한다”며 “일선에서는 ‘윤석열 사단’이 대검을 채웠던 지난해 7월 인사를 ‘사단’만 바꿔 되풀이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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