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국무위원석에 앉아 있다. 공동취재사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특혜 휴가’ 의혹을 바라보는 2030세대는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넘어 냉소를 보내고 있다. 특히 추 장관이 이 의혹을 제기한 언론 보도를 “검언유착”이라고까지 표현하며 반박해 왔지만 최근 추 장관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속속 드러나면서 이들 세대의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2012∼2014년 육군 강원도 최전방 부대에서 군 복무를 한 박성현(30)씨는 추 장관 아들 서아무개씨 관련 의혹을 보며 자신의 군 생활을 떠올렸다고 한다. 박씨는 10일 <한겨레>에 “추첨으로 카투사에 간 것일 테고, 아파서 병가를 냈겠지만,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막연하게 정치인의 자녀라서 혜택을 어느 정도 받았을지 모른다는 의심을 갖고 있었는데, 실제로 추 장관의 보좌관이 해당 부대에 연락했다는 뉴스를 보고 웃음이 나왔다. 막연하게 아니길 바라면서도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아들과 동년배인 2030세대는 지난해 ‘조국 사태’에서 느낀 좌절감을 또 한번 느꼈다고 했다. 직장인 김아무개(31)씨는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가 한 행위를 보고 ‘있는 집 애들은 저렇게 인생을 편하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도 똑같은 일이 생기는 걸 보니, 권력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 자식 챙겨주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박아무개(33)씨는 “조국 사태 때 ‘계급의 대물림’이라는 점에서 많이 실망했다. 추 장관 아들 논란도 그 연장선에서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한다. 과연 추 장관만의 문제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기득권인 집권세력의 자녀들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거듭 나오자 실망감이 더 크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씨는 “조국 사태 때보다 더 화가 난다. 이젠 뭐가 더 나올까 걱정된다”면서도 “이렇게 공론장에서 공개되고 논의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나아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카투사 출신들도 추 장관 아들이 군 생활에서 특혜를 누린 것으로 본다. 2009∼2011년 경기도 동두천의 카투사 부대에서 군 생활을 한 김아무개(31)씨는 “이미 카투사는 무제한 외박 등 일반 육군에 비해 어마어마한 특혜를 누리고 있다. 그 혜택을 권리인 줄 아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래도 지킬 건 지켰어야 했다”며 “서씨가 카투사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의 선을 넘은 게 맞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카투사 출신 취업준비생(26)은 “카투사 안에서 아슬아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것은 맞다. 하지만 대부분 스스로 책임지는데 서씨의 경우엔 권력자인 어머니와 가족들이 개입한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날 젊은 직장인들이 주로 찾는 ‘블라인드’ 앱에도 추 장관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들이 많이 올라왔다. 한 이용자는 “군필이면 (이번 상황이) 특혜인 걸 바로 알지 않나. 그냥 인정하고 사과할 것이지”라고 글을 올렸고 또 다른 이용자는 “이런 일이 늘 있는 일인지 좋은 배경을 둔 자제들만 가능한 건지 물어보면 된다. 카투사 500명 모아놓고 공개토론을 열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채윤태 전광준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