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윤석열 검찰총장 방문조사 계획을 취소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의 검찰기와 태극기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법무부가 19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대면 감찰조사를 일단 취소했다. 법무부는 애초 계획했던 조사 시각인 오후 2시를 20분쯤 넘긴 시점에 “오늘 방문조사는 없다”고 밝혔다.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을 위한 진상확인을 위하여 대검을 방문하여 조사하고자 하였으나 대검에서 협조하지 않아 방문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 감찰관실 검사들이 대검찰청을 방문해 대면조사를 시도하고 윤 총장이 이에 불응하는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은 것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지위 고하를 막론한”, “법과 원칙에 따른 절차 진행”을 밝힘으로써 윤 총장 대면조사 방침이 여전히 유효함을 강하게 내비쳤다. 당장의 파국은 피했지만 갈등의 파고가 물밑으로 잠시 가라앉아 있는 셈이다.
법무부는 지난 17일 감찰관실 검사들을 대검찰청에 보내 조사 일정 조율을 시도하고, 18일에는 대검에 ‘19일 오후 2시에 조사를 시작하겠으니 사무실과 집기 제공 등에 협조하라’는 공문까지 보냈다. 그랬던 법무부가 일단 한발 물러난 것이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 반발에 따른 ‘숨고르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 감찰관실 검사들이 대검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진 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검찰총장에 대한 노골적인 모욕주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인 만큼 사전에 정교한 일정 조율이 필요한데 이런 과정이 생략되고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대검도 법무부 감찰규정을 들어가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검은 “진정·비위 사항은 형사처벌 또는 징계처분의 요건이 되는 행위를 범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법무부 감찰규정 15조)인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자료제출의 양과 제출기관의 인력 등을 고려하여 충분한 준비기간을 부여하여야 한다”(3조)는 규정도 대검이 느끼는 불만의 근거다. 대검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아 법무부에 공문을 보내 맞불을 놨다. “법무부가 윤 총장을 대면조사까지 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서면으로 제시하면 윤 총장이 이를 검토하겠다”는 게 대검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공문을 보낸) 대검 정책기획과는 대상자에 대한 대리인 권한이 없고 위임장도 없었다. 대상자 개인비위 감찰에 대검 공문으로 근거와 이유를 대라고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윤 총장과 조직(대검)을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대면조사 일정을 일단 취소한 법무부의 ‘속도조절’이 윤 총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감찰이 정식으로 개시되면 사표를 낼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정식 감찰 전에 윤 총장이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는 진상확인을 위한 조사 단계이므로 정식 감찰이 아닌 것으로 안다”며 “징계 사유에 해당하는 비위가 확인돼 감찰이 본격화하면 윤 총장의 직무가 배제되는 만큼 감찰 시작 전 사퇴를 종용하기 위한 압박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날 ‘대검의 비협조’로 대면조사가 무산됐다고 밝히면서도 “이번 사안과 관련하여 수사나 비위 감찰에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이 있을 수 없으므로 법무부는 향후에도 법과 원칙에 따라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 대면조사’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총장이 라임 수사 과정에서 검사 술접대와 야권 정치인 로비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지휘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과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옵티머스 무혐의 처분 경위 등은 수사자료 검토를 통해 기초조사를 마치고 윤 총장 소명이 필요한 단계로 볼 수 있다. 특히 법무부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사주와의 회동 건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윤 총장 직접 조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부적절한 회동 여부를 확인하려면 회동 당사자의 진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서면조사 수준의 타협’ 전망도 나오지만 법무부 기류는 강경하다. 윤 총장 감찰 사안을 중대하게 보기 때문에 ‘혐의를 털어주는’ 서면조사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법무부 분위기다. 법무부가 대면조사를 다시 시도하고 윤 총장이 ‘부당한 감찰’이라며 이에 불응하면 이는 감찰 사안으로 다뤄지고 징계 사유는 추가된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감찰조사가 부당한지 아닌지는 감찰 대상자가 판단하는 게 아니다. 감찰 대상자가 협조의 의무를 어기고 조사에 불응한다면 징계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옥기원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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