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사유에 대해 “종합적으로 해임이 가능한 중한 사안”으로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위는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작성 등을 중대한 비위 행위로 봤지만 “검찰총장 징계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정직 2개월을 의결했다.
17일 공개된 윤 총장 ‘징계 심의·의결 요지서’를 보면, 징계위는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 작성 지시에 대해 “검찰총장이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판단했다. 징계위는 “해당 재판부에 불리한 여론구조(프레임)를 형성하면서 재판부를 공격, 비방하거나 조롱하여 우스갯거리로 만들 때 활용할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작성·배포됐다”고 봤다. 특히 문건에서 사법농단 사건 재판부 판사가 과거에 술을 마시고 늦게 일어나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해 ‘물의 야기 법관’에 포함됐다고 적은 부분에 대해선 “(당시) 언론에는 그와 같이 상세한 내용이 보도되지 않았고 실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에 그와 동일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징계위가 사법농단 사건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에 사실조회를 의뢰했더니 실제 재판기록에 그와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답변이 왔다는 것이다. 징계위는 이를 근거로 “사법농단 수사팀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물의야기법관 리스트 중 해당 정보를 그대로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제공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가 부적절하게 공유됐다는 판단이다.
앞서 윤 총장 쪽은 추 장관이 ‘판사 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직무배제를 명령했을 때 “법정에서 공개된 내용을 옮겨 적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단성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1팀장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공소유지 업무를 담당하는 검사들은 대검 수사정책관실은 물론 다른 어떤 부서에도 (문건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징계위는 윤 총장의 ‘퇴임 뒤 봉사’ 발언을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로 결론 내렸다. 윤 총장은 지난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정치를 할 거냐’는 질의에 “저도 사회의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퇴임하고 나면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징계위는 “여러 국회의원은 윤 총장의 발언을 퇴임 뒤 정치활동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의사표시로 받아들였다”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사건 수사의 정치적 이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고,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징계위는 또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에이(A)> 수사에 윤 총장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최측근 관련 사건이었으므로 당연히 스스로 회피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고집”했고 “검찰총장의 직무권한을 내세워 감찰과 수사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2013년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 등으로부터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하지 말라는 외압을 받았던 사례 등을 암시하며 “국정원 댓글을 수사하던 윤 총장이었다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일이 진행됐다”고 적었다.
반면 윤 총장과 홍석현 <제이티비시>(JTBC) 사주의 만남은 “형사사건과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문 처분하고, 채널에이 감찰정보 유출은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판단했다.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감찰 방해도 대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한 것 자체를 위법으로 볼 수 없다며 무혐의로 봤다. 징계위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이 사건에서 정치적 중립에 대한 신뢰 훼손이 비위 사실이라 윤 총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합당한지 깊은 숙의를 했다”며 “기준상 각각 정직 이상 해임에 해당하는 중한 사안으로 종합적으로 해임이 가능하지만,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로서 유례가 없는 사건이고 많은 특수한 사정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윤 총장 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의결서 내용을 보면 추측일 뿐이다. 그 의결에 대한 반박으로 소송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내부에서도 일부 ‘추미애 라인’ 검사들의 진술서만 반영한 의결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채널에이 수사 당시 대검 형사1과장이었던 박영진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 후보 명단 준비 과정에 개입한 사실은 없었다. 징계위에서 증언했으나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글을 올렸다. 윤 총장과 함께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을 수사했던 이복현 대전지검 부장검사도 “수사팀 일부는 징계를 받았고 일부는 사표를 내고 나갔다. (징계위가) 어떻게 국정원 댓글 수사를 막은 상사들의 모습과 지금 상황을 비교하나. 심재철·이정현·김관정 검사장이 징계위에 낸 진술서를 공개해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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