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징계 사유인 ‘재판부 성향 분석’ 문건에 대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결론과 윤 총장의 해명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징계위는 이 문건에 대해 “사법농단 수사자료나 재판기록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지만, 윤 총장 쪽은 “법정에서 공개된 내용을 공판검사에게 전해 듣고 옮겨 적었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이 사건은 법무부의 수사의뢰로 서울고검에 배당된 상태다.
지난 17일 공개된 윤 총장의 ‘검사징계위 심의·의결 요지’를 보면, 징계위는 재판부 성향 문건이 사법농단 수사자료인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를 활용한 근거를 밝혔다. 이 문건에 한 재판장이 법원행정처가 2016년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 리스트에 있는 것과 똑같은 문구가 등장한다. ‘휴일 당직 전날 술을 마시고 다음 날 늦게 일어나 당직법관으로서 영장심문기일에 불출석, 언론에서 보도’라는 문구다. 징계위는 이런 상세한 내용은 당시 언론에 보도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실제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를 활용해 작성한 것으로 판단했다. 징계위는 사법농단 사건 재판부에 사실조회를 요청한 결과 ‘재판기록(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에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징계위 판단처럼 문건을 작성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이 수사 목적으로 압수된 자료를 문건 작성에 활용했다면 관련자들은 형사처벌(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징계위도 지난 15일 2차 심의 때 이 사안에 대한 문제점은 대체로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윤 총장 쪽은 징계위 판단에 강하게 반발했다. 윤 총장 쪽은 “법정에서 변호인이 한 말을 공판검사에게 전해 듣고 문건을 작성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수사기록을 활용한 게 아니라 공판검사들이 한 말을 취합해서 작성했다는 것이다. 사법농단 사건 재판을 담당한 단성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1팀장도 검찰 내부망에 “공소유지를 담당한 검사들은 그 어떤 부서에도 (문건을) 제공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양쪽의 주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철저한 수사를 통해 문건 작성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징계위의 판단이 사실이라면 과거 수사 정보를 이용해 공소유지에 활용한 것이므로 중대한 문제”라며 “장관과 총장 간 갈등의 틀을 넘어 공정한 수사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직무 복귀 여부는 이르면 이번주 안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 홍순욱)는 22일 오후 2시 윤 총장이 추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사건의 심문기일을 연다. 본안소송 전까지 징계의 효력을 중지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이 인용할 경우 윤 총장은 내년 7월 임기까지 총장직을 유지할 수 있다. 만약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한다면 2개월간 정직 상태가 유지될 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사퇴 압박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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