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에도 포기할수 없는 또다른 삶과 가치의 기록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을 바꾼 2020년이지만,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삶과 가치가 있다. 긴 사연의 글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품은 몇장의 사진들을 <한겨레>가 골랐다.
역대 최장기 장마는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와 떼놓을 수 없다. 인간의 음식으로 사육되던 생명들이 그 재난 속에 스러졌다. 8월9일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과 축사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①) 전남 구례에서만 572마리(전국 1213마리)의 소가 목숨을 빼앗겼다. 기후변화에 대한 ‘각성’은 10대들로부터 더 뜨겁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3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②) 스웨덴의 17살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그러하듯, 이들의 잇단 행동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기성세대’에 대한 미래세대의 질책이자 분노다.
수십년간 외쳐도 닿지 않았던 목소리들이 우리 사회에 와닿은 올해. ‘과거사법’ 개정안 합의 소식이 알려진 5월7일, 1980년대 ‘지옥’의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살아남았던 피해 생존자들은 900일 넘는 농성을 풀며 비로소 웃었다. (③) 2020년 마지막 달엔 ‘살인의 추억’의 누명을 쓴 채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윤성여씨에게 공식적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32년 만이다.(④) 아직도 우리에게 닿지 못한 목소리들이 너무나 많음을 안다.
‘자발적 비혼모’를 선택한 사유리(⑤), 디지털 성범죄 최고 양형을 29년3개월로 끌어올린 엔(n)번방에 대한 분노와 엔번의 연대 목소리(⑥)는 많은 여성들에게 공감을 일으켰고, 성전환 수술 뒤 강제전역을 당한 변희수 하사의 기자회견(⑦)은 비록 현실에선 막혔지만 군과 우리 사회에 균열을 냈다. “숨을 쉴 수 없다”던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미국인들이 여전히 강고한 인종차별이라는 거대한 벽에 맞서는 모습(⑧)은 올해의 국제 사진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다시 코로나. 에스엔에스에 올라온, 분진이 날리는 곳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마스크 한장으로 버티다 코와 입 주변이 새까맣게 변해버린 비정규직 노동자 한명의 모습(⑨)은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올해, 아픈 절규처럼 다가왔다. “누구든 이 사진에 답을 해보라.” 사진 <한겨레> 사진부, AFP 연합뉴스, 글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①8월9일 오전 전남 구례군 구례읍의 한 마을 주택과 축사 지붕에 소들이 올라가 있다. 연합뉴스
②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이 3월 13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센터포인트에서 헌법소원 청구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들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소극적으로 규정한 현행법령은 청소년의 생명권과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③국가폭력으로 인한 과거사 문제 진상규명을 위한 ‘과거사법’(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며 서울 국회 의원회관 캐노피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간 부산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 최승우(왼쪽)씨가 5월7일 오후 여야의 형제복지원 진상 규명을 위한 과거사법 20대 국회 내 처리에 합의 소식에 농성을 풀며 기뻐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④12월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와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있다. 사진공동취재단
⑥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에서 3월26일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n개의 성 착취, 이제는 끝내자’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⑦변희수 하사가 1월22일 오후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⑧5월30일(현지시각)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시위대 한명이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 늘어선 경찰들과 맞서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⑨현대자동차 전주공장에서 일하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최해령씨의 모습.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전주 비정규직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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