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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 순간] 막막한 미혼부모와 아가의 1년을 지키는 아임맘 ‘베이비박스’

등록 2021-01-08 10:15수정 2021-01-08 10:17

미혼부모 아기의 첫해라도 부모의 품 안이기를…
또래 엄마들이 물려주는 아가옷과 시민, 기업들의 후원으로
출산 뒤 1년까지 필요한 물품 담은 ‘베이비박스’

“땅콩아! 비록 아빠 없는 빈자리에 태어나겠지만, 너는 아낌없는 축복 속에 태어날 거란다. 엄마가 막막할 때 도와주시려는 분들이 세상에 많다는 걸 늦게서야 알았지. 그 마음에 보답하며 우리 아기 엄마랑 웃으면서 살자. 너는 사랑받는 아가야. 땅콩아 엄마가 사랑해♡”

대구시 동구 신서동의 미혼모협회 아임맘 사무실 들머리에는 감사와 다짐, 바람들을 담은 예비 엄마들의 편지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미혼부모가 출산 시 1년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용품들을 담은 ‘베이비박스’를 받은 이들이 보내온 글들이다.

“일반 산모와 미혼모의 출산 준비물은 많이 다릅니다. 미혼모는 출산을 계기로 기존 가정에서 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아 냄비 등 기본 살림부터 장만해야 하거든요.” 모든 미혼부모가 처음부터 아기를 포기하는 건 아니다. 아기를 직접 키우고 싶어도 이런 막막함 속에 ‘아이를 위해 더 나은 환경으로 입양 보내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이 미혼모이기도 한 김은희 아임맘 대표는 많은 미혼부모들이 죄책감 속에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며 베이비박스를 시작했다. 지역 맘카페 회원들과 시민, 후원기업들의 따뜻한 마음을 절실한 곳에 전달하는 통로가 마련됐다. 후원 이후 자립한 미혼부모들은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되기도 했다.

김은희 미혼모협회 아임맘 대표가 6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서동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 막막해하고 있을 미혼부모들에게 주저하지 말고 연락달라며 청하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인터넷의 부정확한 정보나 오픈채팅 등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공신력 있는 기관의 도움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김은희 미혼모협회 아임맘 대표가 6일 오후 대구시 동구 신서동 사무실에서 인터뷰 중 막막해하고 있을 미혼부모들에게 주저하지 말고 연락달라며 청하고 있다. 김 대표는 특히 인터넷의 부정확한 정보나 오픈채팅 등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공신력 있는 기관의 도움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김 대표는 최근 정인이 사건을 지켜보며 더욱 마음이 아프다. 2016년 대구에서 일어난 은비 사건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가 여러 차례 만나기도 한 은비 생모는 열일곱살 미혼모였지만 아기를 직접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실제로 그는 16개월까지 아기를 홀로 키우며 24시간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아르바이트와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그런데 24시간 시설에 어린이집에 맡기기 위해 꼭 필요한 선택 예방접종 비용이 입양의 계기가 되었다. 보육료를 감당하기도 빠듯한 형편에 30여만원은 큰 부담이었다. “그 돈도 없으면 뭐 한다고 엄마가 키워요?” 누군가 무심히 내뱉은 그 한마디는 비수가 되었다. 은비 엄마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환경으로 보내주려 입양을 결심하게 됐다. 그러나 네살 은비도 정인이처럼 입양 뒤 학대로 숨지고 말았다.

대구시 동구 신서동의 미혼모협회 아임맘 사무실 들머리에는 감사와 다짐, 바람들을 담은 예비 엄마들의 편지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미혼부모가 출산 시 1년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용품들을 담은 ‘베이비박스’를 받은 이들이 보내온 글들이다.
대구시 동구 신서동의 미혼모협회 아임맘 사무실 들머리에는 감사와 다짐, 바람들을 담은 예비 엄마들의 편지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미혼부모가 출산 시 1년간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용품들을 담은 ‘베이비박스’를 받은 이들이 보내온 글들이다.

최소한 가난 때문에 엄마와 아이가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베이비박스에 담겨 있다. “입양은 좋은 일이지만 촉진할 대상은 아니지요. 현재 정부의 지원정책은 비교적 입양 가정에 편중돼 있습니다. 미혼부모 가정이 해체되지 않고 엄마와 아이가 함께 가정을 이루어 살 수 있도록 `빅 대디'로서 국가의 정책이 확장되길 바랍니다.” 김은희 대표와 자원봉사자들이 커다란 베이비박스에 담겼던 물품들을 하나하나 꺼내보았다. 그 양이 너무 많아 좁은 사무실에 미처 다 펼치지 못했다. “신생아 겨울옷을 담으면 여름옷은 좀 더 큰 치수를 챙겨 보냅니다. 겨울 아기띠와 함께 망사 소재 여름 아기띠도 담고요. 이들의 1년 뒤까지 계속 책임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아가의 평생에 첫 한 해가 어머니의 품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대구/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21년 1월 8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2021년 1월 8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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