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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뉴스AS] 성분 조작 ‘무죄’·허가 취소 ‘적법’…인보사 엇갈린 판결, 왜?

등록 2021-02-23 15:32수정 2022-08-18 15:33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국내 첫 무릎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인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일부 실험결과를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오롱생명과학 임원진이 무죄를 받았지만, 관련 행정재판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처분은 정당하다는 다소 모순된 판단이 나왔다. 임원진이 심사가 지연될 수 있는 불리한 실험결과를 공개적으로 알리지 않은 행위를 인정해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처분은 정당하다면서도, 허가권자인 식약처의 불충분한 심사로 형사책임까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는 지난 19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식약처장을 상대로 낸 제조·판매 품목허가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치료제 주성분 중 하나인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세포라는 사실이 드러나 2019년 7월 품목허가가 취소된 지 약 1년8개월만에 나온 첫 법원 판단이다. 다만 재판부는 “식약처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코오롱생명과학이 품목허가 심사에서 불리한 결과를 받을 것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실험결과를 조작하거나 누락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코오롱생명과학 쪽 주장을 받아들였다.

실험결과가 상반될 경우 유·불리한 실험결과를 모두 정직하게 보고해 타당성을 검증받는 것이 옳지만, 과학 연구자가 결과 도출에 근거가 되는 데이터나 연구결과 중 유리한 자료를 선택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고의로 데이터를 날조하거나 변조하는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진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면서도 “주성분의 중요한 부분이 신청서에 기재한 것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면, 품목허가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품목허가 취소처분이 적법하다”고 식약처 쪽 손을 들어줬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3부(재판장 권성수)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조아무개 이사 등이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식약처가 누드마우스 (10마리 중 3마리에서 상피세포 악성종양이 발생한) 실험결과를 심사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로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신약인 유전자 치료제를 허가할 경우 국민의 건강과 안전 등을 고려해 더 철저히 점검해야 할 식약처가 충실히 심사하지 않았다며 조 이사와 김아무개 상무의 위계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는 각각 무죄 판단했다. “행정관청의 출원에 의한 인허가 처분을 할 때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경우가 있음을 전제로 인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어서, 행정관청이 사실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고 허가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조 이사 등이 심사 과정에서 불리한 실험결과를 제외하긴 했으나, 식약처도 인보사 2액 세포 성분에 대한 추가 실험을 요구하지 않은데다 개발 초기 실험 등에 대한 재검증도 부족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어 “식약처가 인보사 2액 세포 성분에 관해 더 충실한 입증을 요구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다”며 “품질심사 과정에서 경솔하게 신장세포의 혼입 가능성을 배제하고 특성에 관해서도 충분히 파악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개발 초기 과정 시험 등에 관해 재검증이 부족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이 든다”며 “방사선 조사 전 인보사 2액 세포에 대한 종양원성(암을 일으킬 수 있는 성질) 시험을 원칙대로 요구해야 함에도 경솔하게 면제했다”고 짚었다.

결과적으로 식약처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는 정당하다면서도 불충분한 심사 등을 이유로 임원진엔 무죄를 선고한 형사·행정재판 1심 판결은 별도로 기소된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과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 등의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보사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재판 대리인 엄태섭 변호사는 “형사·행정재판이 같은 사실관계를 두고 다른 결론을 내린 것 같은 외관을 갖췄지만 안전성과 관련된 누드마우스 실험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위계 행위 자체는 인정했다. 임원진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가 인정되진 않았으나 이웅열 전 회장 등의 나머지 혐의들에 대해선 유·무죄를 달리 판단할 여지도 있다”며 “두 재판부 모두 인정한 위계 행위 자체는 민사재판에서 불법행위를 입증하는 데 충분히 인용하거나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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