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을 신설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려는 여권의 움직임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례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반발하면서, 의견 표명 방식과 표현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윤 총장은 1일 <국민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수사청 신설에 대해 “민주주의의 퇴보이자 70여년 형사사법 시스템을 파괴하는 졸속 입법”이라고 여권을 맹비난했다. 특히 그는 수사청 신설을 위한 입법을 두고 “법치 말살” “헌법 정신 파괴” “검찰 해체” 등 과도하고 단정적인 표현을 써가며 날을 세웠다. 검찰총장의 개별 언론 인터뷰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의사 표현 방식이다.
애초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3일 대구고검·지검을 방문할 때 관련 입장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검찰청이 이날까지 수사청 신설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2일 윤 총장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검찰 내부에서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윤 총장의 의사 표현 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도 “검찰총장은 검찰을 대표하는 인물”이라며 “공식적인 의견을 얘기할 땐 기자회견이나 공식 문서를 통해서 하는 것이 맞다”고 지적했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도 “기자회견을 하면 정부와 여권에 정면으로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윤 총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밝힌 것 같다”면서도 “수사청 신설이 형사사법 체계를 바꾸는 중요한 문제인 만큼, 총장이 나서려면 기자회견 등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윤 총장이 비판적 질문 등을 피하면서도 개인적 소회 등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윤 총장이 인터뷰에서 사용한 표현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은 “윤 총장이 특정 인터뷰를 통해 강도 높은 표현을 써가며 ‘국민들께서 졸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도록 지켜보시길 부탁드린다’고 한 것은 검찰총장이라는 주요한 공직에 있는 사람으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라며 “이는 지지층 결집을 노리는 정치인들이나 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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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주의자’ 윤 총장, 조직 존립 위기감에 전면 나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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