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 내 법무부로 출근하다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반부패수사청 등 특별수사청 설립 제안에 “참고할 만하다”고 밝혔다. 여권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신설을 비판하며 윤 총장이 내놓은 대안에 대해 박 장관이 이를 추켜세우며 정면충돌을 피한 셈이다.
박 장관은 3일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기소권이 있는 특별수사청 얘기는 윤 총장이 (지난 2월) 저와 만났을 때도 한 말인데, 다양한 의견 가운데 하나이고 아주 참고할 만하다”고 밝혔다. 윤 총장이 이날 보도된 언론 인터뷰에서 중대범죄수사청의 대안으로 “수사·기소권을 가진 반부패수사청·금융수사청·안보수사청을 만들어 중대범죄 수사 역량을 유지·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에 호응한 셈이다.
박 장관은 또 “아직 (특별수사청 신설이) 검찰 내부에서 주류적인 흐름이나 담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검찰총장께서 하는 말이니 상당히 무게감을 갖고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 총장과) 직접 만나 얘길 나누면 좋을 텐데, 언론과 대화하니 안타까운 측면도 있다. 좀 부드럽게 말씀하면 좋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수사청 신설을 통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해선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고 이른바 검찰권 남용, 특히 직접수사가 가진 여러 문제를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나온 주제”라며 “수사권 남용의 측면도 (윤 총장이)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이해를 구했다.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검찰 내부에서 수사청 신설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면충돌 대신 검찰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이 제안한 반부패수사청·금융수사청·안보수사청 등은 분야별로 전문화된 특별수사기구다. 검찰 조직의 반부패부를 분리해 ‘반부패수사청’으로, 금융범죄 중점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을 ‘금융수사청’으로, 검찰 공안부를 떼어내 ‘안보수사청’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윤 총장의 한 측근은 “수사-기소권이 있는 분야별 전문 수사기관을 만들자는 것은 윤 총장의 지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윤 총장은 2019년 7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떼어내 (마약청과 조세범죄)수사청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 “아주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그는 “다양한 수사·소추 전문기관을 만들어 검찰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하는 전문화된 형사법 집행기관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총장이 제안한 특별수사청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반응은 갈린다. 수도권 한 부장검사는 “특별수사청 설치는 문무일 전 검찰총장 때부터 제안된 내용”이라며 “검찰의 전문화를 위해서도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검찰청의 한 차장검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혼선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검찰 조직을 더 쪼개면 답이 없다”며 “지금 모습의 검찰을 좀 지켜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지현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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