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4일 사퇴를 두고 검찰 내부에서는 우호적 반응이 많았다. “법치주의 파괴와 검찰 중립성 훼손을 막기 위해 직을 던진 검찰총장”이란 의견이 많았지만, 한편에선 “수사권 박탈 위기에 무책임하게 조직을 떠난 총장”이란 평가도 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의 수사권을 빼앗는 중대범죄수사청(수사청) 설치 문제뿐 아니라, 현 정부를 겨냥한 수사를 벌인 뒤 진행된 ‘좌천성 인사’ 등으로 검찰의 부패수사가 제구실을 못 하고 있었다”며 “수사팀 하나도 못 꾸리는 총장이 내부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 차라리 외부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수도권 검찰청의 한 검사는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과 올해 수사-기소 분리 입법 과정에서 총장이 사실상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며 “여당의 수사권 박탈에 맞서 총장이 더 강한 입장을 내줄 것을 기대했는데 무책임하게 사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만약 총장직 사퇴가 검찰 조직과 법치주의 회복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결정이라면, 검사로서 실망이 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검사들 대부분은 윤 총장의 조기 사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몇달 전 사상 초유의 징계청구를 겪고도 버틴 총장이 이렇게 빨리 물러날 거라고 생각 못 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사퇴와 맞물려 내부적으로는 검사들의 집단행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지난해 총장 징계와 최근 검찰 인사를 겪으면서 내부 불만이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라며 “검경 수사권을 조정한 지 두달도 안 돼, 보복 수준의 수사권 박탈 입법을 하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검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에서는 검찰총장의 부재로 수사청 신설을 둘러싼 반발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방 검찰청의 부부장 검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수사청 반대 입장이 나오겠지만, 당장 집단반발이나 사표 행렬이 이어질 것 같진 않다”며 “정부·여당에 각을 세우지 않는 성향의 검찰총장이 오면 (수사청) 반대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 검찰총장 후보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 조남관 대검 차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차기 총장 인사를 두고 또 검찰과 여권의 갈등이 불거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기원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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