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160여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중인 가운데 화이자가 개발중인 백신이 90% 효능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가 미국 화이자,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해외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을 들여와 국내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백신 개발은 꾸준히 이뤄지는 중이다.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자급가능한 자체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반복될 수 있는 감염병 확산에 대비, 백신 개발 역량을 키우고 자급가능한 백신 종류를 늘려 ‘백신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이달 현재 국내 코로나19 백신 임상 진행 건수는 8건이다. 아직까지 임상 승인을 받지 않은 기업을 포함하면 20여개 기업이 백신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일부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남아공 등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항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 중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백신 개발을 성공적으로 완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백신 개발은 임상 1상, 2상, 3상 등 단계를 거쳐 효능과 안전성을 면밀히 검증한다. 처음부터 백신을 개발하기까지 통상 10년이라는 오랜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백신 개발에 뛰어들어도 백신 대유행이 지나고 나면 이를 고스란히 폐기해야 하며, 제약사가 이 비용을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개발에 뛰어들기 어려운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다국적 제약사들이 불과 1년여 만에 백신을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연구자금을 대폭 지원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임상 기간도 대폭 단축한 것이다. 미국이 추진하는 코로나 백신 개발 프로젝트 ‘초고속 작전’을 통해 제약사에 지원된 금액은 모더나 약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노바백스 16억달러, 아스트라제네카 약 12억달러, 존슨앤존슨 약 15억달러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가 올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은 고작 1528억원 수준이다. 선진국과 속도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에도 국내 회사가 백신 개발에 나섰으나 확산세가 꺽이고 나서 재고가 쌓여 폐기처분돼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손실이 심각했기 때문에, 기업이 중도에 포기하지 않도록 손실보상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정부합동회의에서 “시장에서 경제성이나 상업성이 없더라도 정부가 충분한 양을 구매해 비축함으로써 개발에 들인 노력이나 비용에 대해 100% 보상받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백신 자국화는 국민 건강 보호를 위한 보건안보적 가치가 크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 및 기관들이 함께하는 백신펀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가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기업이나 투자자들이 참여해 백신개발 자금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팬데믹 종료 후에도 개발 중인 의약품을 안심하고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정부 주도의 펀드를 만들어 백신 및 치료제 등을 기업과 공동 개발, 비축하는 등의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