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정씨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식당에서 배식을 준비를 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울대 생협식당에서 7년째 조리보조원 일을 하고 있는 양문정(50)씨는 자주 병원을 찾는다. “하루에도 수십번 무거운 식기와 식재료를 옮기다 보니 근육통을 달고 살아요. 동료 중에는 자기 돈으로 통증을 덜어주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기도 해요.”
양씨는 식재료 손질, 배식, 설거지를 담당한다. 조를 나눠
아침 6시30분, 오전 10시, 오전 10시30분, 오전 11시에 각각 출근한다. 코로나19 전에는 하루 10시간가량 일했지만, 요즘엔 학생이 줄어 시간 외 근무가 없다. 낮 12시 점심시간이 제일 바쁠 때라, 조리원과 조리보조원들은 오전 11시에 미리 점심을 먹는다. 이어 식사 준비부터 설거지까지 쉴 새 없이 일하고 나면 매일 진이 빠진다. 설거지 끝난 뒤, 30분 정도 식은땀을 닦는 게 유일한 휴식이다.
2019년까지 양씨와 동료들은 최저임금 남짓한 돈을 받으며 일했다. 다치거나 아파도 마음 놓고 쉬지도 못했다. 여름에 불 앞에서 일을 마치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으면 남자 직원 휴게실 옆에서 커튼을 치고 샤워를 했다. 쉴 곳은 식당 한켠 1평 남짓 공간이 전부라 식당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쉬기도 했다.
“학생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한다는 생각에 보람을 갖고 일했는데, 마치 없는 사람 취급해 속상했어요. 우리가 여기서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양씨와 동료들은 2019년 학교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학생들이 지지해줬다. 그리고 학교는 임금 인상과 휴게공간 마련 등의 약속을 지켰다.
배식을 하는 양문정씨 앞으로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하지만 여전히 식당 조리보조원들은 고된 노동환경에 놓여 있다. 처우는 다소 나아졌지만 노동강도가 높다 보니 2019년 이후 이곳에서만 60여명의 노동자가 근골격계 이상 등을 이유로 퇴사했다. 이창수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부지부장은 “일이 힘들다는 소문이 나 서울대 인근 주민들은 학교식당 일을 기피한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밥상을 차리는 곳, 열악한 노동환경이 육신의 병으로 쌓인다.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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