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25개 교구 본사주지들 문 대통령에게 “선처” 촉구
불교계 ‘이건희 예술품’ 기증 요구…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불교계 ‘이건희 예술품’ 기증 요구…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촉구한 <중앙일보> 칼럼
대통령 등에게 ‘이재용 부회장 선처 촉구 탄원서’를 보낸 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협의회 명단
- 재벌 총수 사면에 종교계가 대거 나서는 일이 이례적으로 느껴지는데 , 어떻습니까 ?
=종교계는 약자들의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넓은 품으로 안아주는 일은 있는데, 권력자라든가 가진 자를 대놓고 편드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공식적으로 주요한 종단에서 나서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로 보입니다.
-종교계는 어떤 주장을 펴고 있습니까 ? 종교와 어떤 관련이 있는 주장인가요 ?
=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협의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충분히 자신의 죄를 반성했으니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탄원서를 냈습니다. 종교하고 특별히 관련이 있다기보다는 불교에서는 누구든지 잘못할 수 있으니까 용서를 해서, 나라가 워낙 경제적으로 위기니까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주장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종교계가 나서는 배경이 궁금합니다 .
=삼성 이건희 회장이 평생 모아온 엄청난 예술품들을 국가와 박물관에 기증한다고 하는데 그것과 관련해 조계종에서도 요구를 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삼성문화재단 쪽 하고도 상의를 했습니다. 불교의 불화라든가 이런 것들이 박물관에 가면 수장고에 들어가버리는데 불교에서는 그것이 신앙의 대상이니까 그걸 활용할 수 있도록 종교적인 차원에서 그렇게 해달라는 요구는 해봄직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매는 식으로, 용서를 해주는 것과 자기들의 이익을 얻는 것과 무슨 거래를 하는 식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그 순수성이 상당히 의심되는 상황이라고밖에 볼 수가 없습니다.
- 종교전문기자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종교인들은 개인적으로는 부자나 가난한 자나 누구나 할 것 없이 고통스러운 사람을 보듬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종교에서도 주류 종교들은 국가·사회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경유착이라든가 재벌, 독재권력의 문제 등에 대해 종교계가 기생도 했지만, 그것이 잘못 가는 것에 대해 아무도 견제·비판하지 못할 때 종교계가 앞장선 전례가 있습니다. 삼성에서 엄청난 비리라든가 이런 문제가 있을 때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정의구현사제단을 통해 여섯번이나 공표를 했습니다. 가톨릭도 굉장히 보수적인 교단이기 때문에 정의구현사제단도 교단 내외적으로 힘든 과정을 거치면서도 사회적 책무를 하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하고 그런 일을 했습니다. 그것이 공적인 양심의 소리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인데, 가톨릭 이상으로 불교는 이 나라에서 책임있는 교단 아닙니까. 그런 교단에서 사회적인 책무에 대해 조금 더 엄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큰 사안을, 더구나 한두 사람도 아니고 종단의 가장 권위 있는 교구 본사 25개 주지들이 모두 나서서 이렇게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법 앞의 평등’ 무너지면 ‘약육강식의 정글’ 될 것
2015년 5월 “특별사면은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 권한을 남용하고 국민 뜻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밝힌 박근혜 대통령
대통령선거 후보 시절 뇌물·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에 대한 사면권 제한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
역대 대통령들 ‘사면권 제한’ 공약으로 내걸어
뇌물·횡령 등 5대 중대 부패범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수십년간 되풀이된 레퍼토리 ‘경제위기론과 사면’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주장하며 앞세우는 논리는 ‘경제 위기론’입니다. 요즘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반도체 산업이 위기 상황에 처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경제단체들은 사면 건의서에서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되풀이된 레퍼토리입니다. 경제는 위기가 아닌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런 논리라면 재벌 총수, 기업인은 영원한 면죄부를 쥐게 되는 셈입니다.
또 총수 한 사람이 부재 중이라고 기업이 흔들리는 건 그 기업의 경영구조가 그만큼 전근대적이라는 뜻입니다. 총수가 없을 때 오히려 경영실적이 좋았다는 실증적 자료도 나온 바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최고경영자가 형사처벌을 받고도 자리를 유지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힘든 일로 본다고 합니다.
이재용 부회장이 업무에 복귀해야 반도체 산업이 위기를 넘을 수 있다는 주장이 맞는지도 의문이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당장의 성과를 위해 중대한 원칙을 놓쳐버릴 경우 우리 경제의 미래에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재벌 총수는 위법을 저질러도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나쁜 관행이 유지되면 정경유착, 불법경영 등 적폐의 고리를 영영 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격입니다.
삼성은 지난 28일 이건희 전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세로 12조원을 납부하고, 1조원을 감염병 극복 등을 위해 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미술품 2만3천여점도 국립기관에 기증하기로 했습니다. 재벌의 ‘세금 없는 대물림’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봐야 옳을 것입니다. 1조원과 미술품 기부도 이건희 전 회장의 차명계좌 자산 사회환원 약속을 뒤늦게 실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삼성의 이 같은 조처가 행여라도 사면론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노태우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재발 총수들의 검찰 출두 사실을 보도한 1995년 11월9일 <한겨레> 1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비판한 2009년 12월30일 <한겨레> 3면
“사면 검토한 바 없다” 청와대, 입장 계속 지킬까
연재논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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