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나씨가 창원 진해구 신항 주차장 자신의 화물차 앞에 서있다. 창원/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대판 소작농이나 다름없어요.”
김지나씨(44)는 6년차 화물차 운전기사다. 2016년 조선업이 사양길에 접어들자 하청업체 용접노동자였던 남편의 임금이 줄었고, 김씨는 생계를 위해 화물차 운전대를 잡게 됐다. 기술도 경력도 없는 40대 여성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고, 김씨의 눈에 대형차 운전기사 일이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여자라고 못할 게 뭐 있어’라는 생각에 학원에 등록했고, 1종 대형·특수면허를 땄다.
김씨는 부산신항 배후물류단지에서 수출입 컨테이너를 실어나르는 일을 하고 있다. 물류단지 안에서 하루 컨테이너 10여 개를 옮긴다.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7시에 퇴근한다. 평일 야근이나 주말 근무가 많았지만, 코로나19로 화물이 줄어 주5일제로 일하고 있다.
김씨는 컨테이너로 화물을 옮기는 ‘운송 업무’만 하면 되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로 육중한 컨테이너 문을 여닫고 세척장으로 운반하는 ‘운송 외 업무’까지 한다. 업체들은 비용을 이유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도, 안전관리자를 두지도 않는다.
지난해 11월 인천 영흥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도 운송 외 업무를 하던 중에 발생했다. 화물차 운전기사 심아무개씨는 발전소에서 나온 석탄재를 화물차로 옮기던 중 적재함에서 3.5m 아래 지상으로 떨어져 숨졌다
‘지입제’ 역시 문제다. 화물차 운전기사들은 제 돈을 주고 화물차를 구입하지만 화물차 명의를 운송회사로 등록해야 해 운송회사에 ‘영업용 번호판 사용료(지입료)’를 낸다. 차량을 구입하고 관리하는 건 화물 기사지만, 화물차 명의를 운송회사로 등록해야 해 운송회사는 기사에게 ‘영업용 번호판 사용료(지입료)’를 받고 있다.
김씨는 2017년 회사가 지입료로 2000만원을 요구하자 소송에 나섰다. 회사는 배차하는 물량을 우선적으로 운송하는 것으로 계약했으나, 김씨가 회사물량이 아닌 외부물량을 운송하겠다고 해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번호판 반환을 요구했다. 김씨는 “제 돈으로 산 차인데 2000만원을 내라고 하니 너무 억울했죠. 그래서 소송을 했는데 패소해 번호판을 빼앗겼어요. 업체에 고용돼 일을 배정받아 일하고 있지만, 법원도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는거죠”라고 김씨는 말했다.
김지나씨는 지난해 12월 여성으로는 최초로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서부지부장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씨는 화물차 운전기사로 일하며 당하는 불합리한 현실에 침묵할 수 없었다. “운송 외 업무, 지입제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한걸음씩 내딛어야죠.” 창원/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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