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주씨가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아이와 숨박꼭질을 하고 있다. 배씨는 촬영을 위해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배민주(55)씨는 8년차 아이돌봄 노동자다. 사무보조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재무설계 회사에서도 일을 했지만 대부분의 워킹맘이 그렇듯 출산과 육아로 일을 그만뒀다.
“전 직장에서 다시 와달라는 연락이 왔지만, 스스로 ‘나는 이제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씨는 강서구청 건강지원센터 아이돌보미 모집 공고를 접하게 됐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었다. 육아 때문에 일을 놓아야 하는 여성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아이를 키우면서 힘들었거든요. 어린이집은 시간이 너무 짧고, 부모님께 맡길 수도 없었죠.” 배씨는 아이들을 등하원시키고 각 가정을 방문해 정해진 시간 동안 아이와 놀아준다. “규정대로 아이들과 놀아주기만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아이들을 목욕시키고, 음식을 먹이고, 설거지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아이 한 명 돌봄서비스를 신청했는데, 가정을 방문해보면 또래 아이가 더 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신청한 아이만 돌볼 수 있나요.”
배씨가 놀이터에서 아이와 놀아주고 있다. 박종식 기자
또 배씨는 가정에 설치된 폐쇄회로카메라(CCTV) 때문에 곤혹을 치리기도 했다. 음성까지 녹음되는 CCTV가 배씨가 아이를 돌보는 공간 뿐 아니라 방안 곳곳에 설치돼 배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요.”
하지만 이런 경우 항의도 쉽지 않다. 센터에 문제 제기를 하면 신청가정에서 돌보미를 교체해 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이용자 신청에 따라 돌봄 서비스가 제공되다 보니 신청자가 예고 없이 서비스를 취소하면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용자가 개인사정으로 취소해버리는 통에 어떤 달은 40만 원 밖에 못 번 적도 있어요.” 배씨는 이런 일이 막기 위해 아이돌보미의 최소 돌봄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배씨가 돌보는 아이의 가방을 메고 뛰어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배씨는 코로나19로 신청 가정이 줄어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정부는 올해 들어서야 돌봄 서비스 노동자와 초·중·고 방과 후 강사 등 9만 명을 대상으로 1인당 50만 원을 일시 지원하기로 했다. 배씨는 “정부가 돌봄 서비스 노동자를 위해 지원을 한다고 하지만 전국 3만여명의 아이돌보미 중 2천3백명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돌봄노동자를 필수노동자라고 부르기만 했지 그에 맞는 대접은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박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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