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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경찰까지…“남혐 손모양” 근거 없는 공격에 홍보물 수정

등록 2021-05-03 19:14수정 2021-05-03 22:52

법개정 홍보물 ‘남성 비하 표현’ 항의에 수정하기로
경찰 “남혐 인정 아니지만, 홍보 내용 묻힐까 우려”
전문가 “공공기관의 경우 사회적 숙고 과정 필요”
경찰 도로교통법 개정 홍보물
경찰 도로교통법 개정 홍보물

편의점 지에스(GS)25 홍보물에 담긴 ‘집게 손 모양’ 그림을 두고 온라인 ‘남초(남성들이 많이 활동하는) 커뮤니티’ 누리꾼들이 ‘남성 혐오’ 상징이라며 해당기업을 공격하며 벌어진 논란이 기업을 넘어 경찰 홍보물까지 번졌다. 일부 누리꾼들이 ‘집게 손 모양’이 담긴 경찰 홍보물을 비난하자 경찰은 해당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며 홍보물을 수정했다. 전문가들은 “공공기관은 민원에 반응하더라도 최소한 외부 위원회 소집이라도 해서,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논란은 최근 GS25의 캠핑 식품 홍보 포스터에 담긴 ‘집게 손 모양’을 보고 남초커뮤니티에서 ‘남성 비하’라는 주장이 나오며 불거졌다. 이 포스터에 사용된 손 모양 이미지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국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것과 같다는 게 일부 누리꾼들의 주장이다. GS25는 항의가 들어오자 포스터를 수정했다가 결국 삭제했다.

논란은 손가락 이미지를 사용한 서울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의 도로교통법 개정 관련 홍보물로 옮겨 불었다. 일부 누리꾼들이 GS25를 공격한 잣대로 경찰에 항의했다. 이에 2일 경찰청은 공지를 통해 해당 홍보물을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카드뉴스 등에 사용된 손모양이 특정 단체 이미지를 연상하게 한다는 오해를 산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개정법안 소개 카드뉴스는 민간 홍보업체에 의뢰해 제작한 것”이라며 “해당 손모양은 카드뉴스 페이지를 넘기는 부분 등을 강조 표시하기 위해 넣은 것으로 특정단체와 전혀 관계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뉴스 제작) 취지와 다른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어 해당 내용은 시도청을 통해 현재 수정하고 있다. 앞으로 양성평등위원회 등 유관기능 점검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바로 수정 의사를 밝힌 것이다.

경찰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처라고 거듭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쪽에서 주장하는 내용(‘남성혐오’)은 전혀 사실이 아니지만 경찰이 잘못을 인정한다기보다는 법 개정 내용 홍보하는 내용이 논란에 묻혀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보다 명확히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손가락 모양을 마우스 포인터로 대체할 계획이다. 기존에 배포된 것(카드뉴스·포스터)은 회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여성안전정책자문단인 추지현 서울대 교수(사회학)도 “(포스터 수정에 대해) ‘경찰이 한쪽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는 해석은 과도하다. 콘텐츠가 애초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며 관심이 다른 곳에 쏠리는 비효율적 상황을 제거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의 주장이 명확한 근거가 없는데, 경찰이 사실관계 파악에 앞서 논란이 일자 바로 수정 결정을 한 것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사무국장은 “경찰이 입장을 내거나 포스터를 수정하면 안 됐다. 잘못된 의견을 수용해준다는 크나큰 오점을 만든 것”이라며 “경찰이 아무리 수정 이유에 대해 해명을 해도 문제제기를 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일단 수정이 됐으니 우리 의견이 먹혔다’고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기업이 아닌 ‘경찰’이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공권력에서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을 바로잡지 않고 포스터를 수정하고 있으면 되겠냐”고 지적했다. 황 사무국장도 “공공기관은 민원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이런 식으로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허위 주장을 하나의 의견인 것처럼 받아주다 보면 공공기관 전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경찰의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김수아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문제는 반응의 속도”라며 “사회적으로 숙고하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은 채 민원이 생겼다고 바로 반응했다. 최소한 외부 위원회 소집이라도 해서,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논의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민원에 대한 속도와 비교할 때 이를 불공정하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주빈 이재호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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