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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 “박진성 시인 성희롱, 사실과 부합”…손배소송 패소

등록 2021-05-25 16:35수정 2021-05-25 21:26

피해자 신상 공개한 박 시인에 “1100만원 배상하라” 판결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 입구에 설치된 정의의 여신상.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16년 ‘문단 내 성폭력’ 미투 운동 당시 가해자로 지목됐던 박진성 시인이 피해 사실을 폭로한 ㄱ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ㄱ씨가 겪은 피해 사실이 “대체로 사실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법원은 박씨가 “무고 범죄자”라고 칭하며 ㄱ씨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행위 등에 대해선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ㄱ씨에게 1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청주지법 영동지원 민사단독 노승욱 판사는 박씨가 ㄱ씨를 상대로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는 취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 21일 박씨 패소로 판결했다. 반면 ㄱ씨가 박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반소(맞소송)에서는 “박씨가 ㄱ씨에게 11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ㄱ씨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ㄱ씨는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 잇따르던 2016년 10월, 에스엔에스(SNS)에 “미성년자였던 저는 저보다 나이가 20살 많은 시인에게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ㄱ씨 쪽의 주장을 보면, 2015년 고교생이던 ㄱ씨는 박씨에게 한 달 동안 유료 온라인 시 강습을 받던 중 성희롱을 당했다고 한다. ㄱ씨는 에스엔에스에 ‘(박씨가) 사귀자는 식으로 말해 거절했지만 (그가) 나이 차이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교복 입은 사진을 보내라고 해 보냈고, (박씨가) 교문 앞에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같은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박씨는 ㄱ씨를 ‘무고 범죄자’라 부르며 이름과 사진 등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이 때문에 ㄱ씨는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숱한 2차 피해를 받았다는 게 ㄱ씨 쪽 설명이다.

재판부는 ㄱ씨가 올린 성폭력 피해 내용이 “대체로 사실과 부합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ㄱ씨와 박씨 사이의 카카오톡 대화 전문 등을 보면 “(피해자가 게시한)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할 뿐만 아니라 대체로 사실과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는 ‘ㄱ씨가 금전을 요구하기 위해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ㄱ씨가 다정한 카카오톡을 보내는 등 성희롱 피해를 당한 사람으로 보기에는 믿기 어려운 행동을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ㄱ씨가 “도움은 괜찮고요. 주시려면 돈이 좋습니다”라고 말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박씨가 먼저 ‘돕고 싶다’고 연락해 이를 거절하는 과정에서 한 말로 보이고, 이후 박씨가 상담치료 비용 등을 주겠다고 했지만 ㄱ씨가 답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종합하면 “ㄱ씨가 박씨에게 금전을 요구하기 위해 게시글을 올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씨 쪽에서 주장한 ‘피해자답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성희롱 피해를 당한 경우 어떤 전형적인 모습을 드러낸다거나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피해자다움’이 부족하다고 해서 피해자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ㄱ씨의 게시글은 허위라고 인정하기 어려워 그로 인해 박씨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설령 박씨의 사회적 평가가 일부 침해됐더라도, 게시글은 공적 인물의 부당한 언행을 폭로하는 공익적 목적에서 게재된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없어진다)”고 밝혔다.

반면 ㄱ씨가 박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반소에서 법원은 ㄱ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박씨가 보낸 일부) 카톡 메시지는 사회 통념상 일상생활에서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호의적 언동을 넘어 ㄱ씨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했다”며 1백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또 박씨가 ㄱ씨의 이름, 사진 같은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한 행위에 대해서도 “ㄱ씨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한 위법한 행위”라며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해, 총 1100만원과 그 이자를 ㄱ씨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한편, 박씨에게 소송을 당한 ㄱ씨는 여성 문인들로부터 소송비용을 지원받았다고 한다. ㄱ씨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소송은) 사회 경제적 지위가 취약한 피해자에게 어떤 2차 가해까지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로, 여성 문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걷어 피해자 소송비용을 지원했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허위 미투’니 ‘가짜 미투의 희생자’니 하는 표현이나 의심들에 대해 온당하고 합리적인 것인지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ㄱ씨 쪽은 박씨에 대해 형사고소도 할 계획이다.

박씨는 이날 관련 입장을 묻는 말에 “마음대로 쓰시라”고 짧게 답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후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글을 올려 “(1심 판결은) 궁예의 관심법 판결”이라며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겠다.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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