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마스크 위에 그린 그림들. 코로나가 사라지면 하고 싶은 일들이 작은 마스크 위에 빼곡히 그려졌다. 백소아 기자
“코로나가 사라지면 무엇을 하고 싶어요?”
선생님의 질문에 순천북유치원 열매반 7살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들어 올린다. “수영하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킥보드 타고 싶어요.” “가족들이랑 놀이공원에 가고 싶어요.”
아이들의 입에서는 꽃망울이 터지듯 하고 싶은 일들이 터져 나온다. 아이들의 재잘거림 속 선생님이 한마디를 거든다. “그럼 우리 코로나가 사라지면 하고 싶은 일들을 마스크 위에 그려볼까요? 나중에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이 그린 마스크 그림을 볼 거예요.”
선생님의 말에 아이들은 새하얀 마스크 위에 작은 손을 빠르게 움직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사인펜이 손에 묻는지도 모른 채 마스크 속 코로나가 사라진 세상에서 아이들은 정신없이 뛰어놀기 바쁘다.
순천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마스크 위에 그린 그림들. 코로나가 사라지면 하고 싶은 일들이 작은 마스크 위에 빼곡히 그려졌다. 백소아 기자
순천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마스크 위에 그린 그림들. 코로나가 사라지면 하고 싶은 일들이 작은 마스크 위에 빼곡히 그려졌다. 백소아 기자
순천시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마스크 위에 그린 그림들. 코로나가 사라지면 하고 싶은 일들이 작은 마스크 위에 빼곡히 그려졌다. 백소아 기자
가족들과 캠핑을 떠나고, 친구들과 소풍도 가고, 비행기 타고 여행도 간다. 마스크를 벗고 크게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아이도 있고, 목욕탕을 가고 싶다는 아이도 있다. 하나씩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이들의 해사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 퇴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그려진다. 백신 주사기에서 전사들이 나와 코로나를 물리치고 근육질의 지구가 한 손으로 코로나를 때려잡는다. ‘희망을 버리지 마’, ‘우리는 코로나를 이길 수 있어’라고 위로의 인사를 건넨다.
순천문화재단은 ‘일상, 희망, 행복, 설렘, 코로나 종식’ 등을 주제로 유치원생, 초등학생, 동호회원 등이 마스크에 그린 그림 1600개를 이어 28일부터 6월6일까지 순천부읍성 남문터 광장에서 ‘마스크, 희망을 잇다’ 전시를 연다. 순천수피아어린이집, 순천북유치원, 순천새싹유치원, 순천가곡어린이집, 순천용당초등학교, 순천이수초등학교, 순천매안초등학교, 순천동산초등학교, 순천신대초등학교, 순천그린나래미술학원, 순천에이레네미션음악원, 순천쑥쑥드로잉미술학원, 순천 카페쉬어가다, 순천캘리그라피하연회, 순천4자매가 참여했다. 순천문화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활용해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 순천시민들의 희망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이번 전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14일 전남 순천시 용당초등학교에서 2학년 2반 학생들이 코로나가 사라지면 하고 싶은 일들 혹은 코로나가 사라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마스크 위에 그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한참을 그리다 손에 잔뜩 붙은 사인펜을 발견하곤 어리둥절해 한다. 백소아 기자
순천북유치원 열매반에서 아이들이 각자 코로나가 사라지면 하고 싶은 일을 그린 마스크를 쓰고 카메라를 향해 개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백신 접종으로 노 마스크는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왔다. 정부가 발표한 예방접종 완료자 일상회복 지원 방안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들은 7월부터 공원, 등산로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섣부르게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 확신할 순 없지만 잠깐 즐거운 상상에 빠져볼 수 있지 않을까. 하얀 마스크 위 당신은 어떤 세상을 꿈꾸시나요. 순천/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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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28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