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근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현직 검사 3명 사건을 이첩해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수처는 지난 5월 중순 문홍성 수원지검장과 김형근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ㄱ검사 사건 이첩을 요청하는 공문을 ‘김 전 차관 출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에 보냈다. 검찰은 이들이 2019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 같은 부서에서 일하며 김 전 차관 출금 수사에 외압을 가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문 지검장은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이었고, 김 차장검사는 같은 부서 수사지휘과장이었다. ㄱ검사도 이들과 같은 부서 소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사건을 넘겨받은 뒤, 이들에게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검찰에 사건 이첩을 요구한 근거는 공수처법이다. 공수처법 24조1항엔 ‘수사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에 대하여 처장이 수사의 진행 정도 및 공정성 논란 등에 비춰 수사처에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 해당 수사기관은 이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13일 김 전 차관 수사를 무마한 의혹을 받는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이현철 전 수원지검 안양지청장(현 서울고검 검사),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 사건 등을 수원지검에서 이첩받은 바 있다. 윤대진 검사장 사건 등과 문 지검장 사건 등이 사실상 중복되는 만큼 함께 수사하겠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다만, 검찰이 문 지검장 등의 사건을 공수처의 요구에 따라 이첩할지는 미지수다. 대검은 지난 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예규(고위공직자범죄 사건 이송·이첩 등에 관한 지침)에 명시된 ‘검찰총장의 승인’이나 ‘자체종결권’을 근거로 사건 이첩을 미루거나 이첩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예규에는 검찰총장 승인 없이 검사가 공수처의 이첩 요청에 응할 수 없고, 조사 결과 혐의가 발견되지 않으면 검찰이 내부적으로 사건을 자체종결할 수 있는 조항이 담겨 있다.
더욱이 공수처는 지난 3월 이성윤 지검장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며 문 지검장 사건도 함께 넘겼다. 당시 공수처는 수사는 검찰에서 하되, 공소제기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하겠다며 ‘유보부 이첩’을 요구했지만, 검찰은 이를 무시하고 이 지검장을 직접 기소한 만큼 문 지검장 등의 사건도 자체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오는 8일 김오수 검찰총장과 김진욱 공수처장의 첫 회동이 예정된 만큼, 이 자리가 검찰과 공수처의 관계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 1일 취임식에서 “법원, 공수처, 경찰 등 국가기관과 서로 존중하면서 겸손하게 대화하고 협력해야 하며 이견은 국민중심으로 조정해야 한다”며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종으로 횡으로 폭넓게 소통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인사청문회에서도 “공수처는 고위공직자 부정부패 수사에 있어 검찰의 동반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협조를 해서 부정부패 수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총장이 공수처가 주장하는 유보부 이첩을 두고는 “기존 형사사법 체계에 맞지 않다”는 견해를 청문회 등의 자리에서 여러 차례 밝힌 만큼, 이번 만남이 검찰과 공수처의 이견을 좁히는 자리라기 보다는 상견례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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