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6월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지배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재판 과정에서 “두 달 전 퇴임한 삼성 수사팀 검사를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영입했다”고 문제제기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앤장은 이 사건에서 이 부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다. ‘수사팀 매수 의혹’을 제기하는 듯한 검찰의 발언에 김앤장 변호사들은 “모욕적”이라며 반발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부장판사 박정제·박사랑·권성수)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과 삼성 임원 10명의 5회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재판을 마칠 무렵 “증인들이 삼성 관계자나 변호인과 접촉을 자제하도록 재판장께서 다시 한 번 주의를 환기해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검찰은 “저희 수사팀 검사가 두 달 전 퇴임했는데 최근 김앤장에서 영입해 변호사로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기소검사팀 일원이 피고인의 변호인 법률사무소로 들어갔다는 게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전에도 삼성 사건 압수물을 다룬 검찰 포렌식 수사관 한 명을 김앤장에서 스카우트했는데 (검찰이) 항의해서 취소된 일이 있었다”며 “재판이 진행되는 와중에 수사팀 관련 사람들을 특정 법무법인에서 연락한다는 것 자체가 저희로선 이래저래 오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호인 쪽은 즉각 반발했다. 김앤장 소속 한 변호인은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몰라서 뭐라 못하겠지만 막연한 이야기를 검찰이 사실처럼 말한다. 변호인단의 변론이 마치 검찰의 수사기밀을 의도적으로 알아내고 그를 이용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증인에 대한 변호인의 반대신문을 진행한 김앤장 변호사 또한 “감당하기 어려운 모욕감을 느낀다”며 “공소사실 증명은 증거로 해야지, 갑자기 변호인이 증인신문을 마치니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건 형사재판의 격과도 관련한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쪽의 분위기가 험악해진 가운데 재판장은 “(검찰과 변호인) 양쪽에 대해 모두 오해한 것 전혀 없다”고 말하며 재판을 마무리했다.
이날까지 5회 기일 동안 진행된 이 부회장의 불법승계 의혹 공판은 아직 첫 번째 증인신문도 마무리되지 않았을 정도로 검찰과 변호인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이다. 이날 공판까지 포함해 4기일 연속 증인으로 출석한 한아무개 전 삼성증권 기업금융팀장은 이 부회장의 그룹 승계와 관련한 문건 작성에 다수 개입한 ‘핵심 증인’이다. 지난 3일에서야 3회 기일에 걸친 검찰 주신문이 마무리됐고, 이 부회장 쪽은 이날 본격적으로 한씨를 두고 변호인 반대신문에 들어갔다. 한씨의 증인신문은 변호인 반대신문과 검찰의 재주신문 등으로 최소 다음달 1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한씨 이외에도 다수의 출석 예정 증인들이 삼성 전현직 직원이다. 검찰은 이날 “다음에 증인으로 신청한 분들도 삼성 관계자거나 업무와 관련된 분”이라며 “이중 김앤장에서 변호하셨던 분도 있다. 공정하고 원활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주의해달라”고 강조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