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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력부족 공수처, 윤석열 등 잇단 수사…정치시비 넘을까

등록 2021-06-13 15:17수정 2021-06-14 02:47

이성윤 공소장·엘시티 의혹 등
민감한 사안들 9건 줄줄이 손대
‘윤 수사’ 두고 여야 공방 가열
검사 13명뿐 정원 절반 수준에
수사인력 경험도 부족해 우려
김진욱 공수처장이 10일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이 10일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주요 인사들이 연루된 이첩·고발 사건 수사에 잇따라 착수하면서, 출범 초기부터 정치적 공방의 복판으로 빨려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 전 총장의 경우 유력 대권 주자라는 이유로 야권의 공세가 거세게 일고 있다. 인력과 수사 경험이 부족한 공수처가 너무 많은 사건을 수사하겠다고 나선 탓에 이를 제대로 처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수처 출범 후 ‘2021년 공제○호’로 시작하는 사건 번호를 부여해 수사에 착수한 사례는 모두 9건이다. 공수처 1·2호 사건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부당 특별채용 의혹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사건이다. 3호는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의혹을 받는 이규원 검사 사건, 4호는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 사건의 공소장을 유출한 사건, 7·8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과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의 위증교사 관련 수사방해 의혹’ 사건이다. 9호는 부산 엘시티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 관련 검찰 지휘부의 봐주기 수사 의혹이다. 5·6호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무마 의혹에 관련된 사안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법조계에서는 출범 당시부터 태생적 한계로 지적된 ‘정치적 중립 논란’이 이제 막 현실화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윤 전 총장 사건이 대표적이다. 시민단체의 고발을 접수한 수사 자체를 비난하기는 어렵지만, 수사 과정에서 잡음은 피하기 어렵다. 유력 대선 주자를 기소하면 그 자체로 무리한 수사라는 논란에 휘말릴 수밖에 없고, 반대로 제대로 된 결과를 내놓지 못해도 여야 양쪽으로부터 ‘봐주기 수사’ 또는 ‘의도를 가진 수사 착수’라는 공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정치권에선 “야권 대선 주자 죽이기”(국민의힘), “대선 주자일수록 더 엄정하게 수사받아야 한다”(더불어민주당)는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조 교육감 사건도 1호 수사 대상으로 적절한 것이냐는 비판과 함께 당사자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조 교육감 쪽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공수처 수사를 촉발한 감사원 감사는) 진보 교육감의 인사권 행사를 흠집 내려는 정치적 감사”라며 “공수처가 별다른 근거 없이 막연한 상상에 근거해 수사를 개시했다. 위법한 수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더구나 공수처는 심각한 인력 부족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공수처 자체 인력은 검사 13명과 수사관 18명으로 정원의 절반 정도다. 실제 수사에 투입되는 수사 2·3부 소속 검사는 부장검사 2명을 포함해 9명인데, 이 중 상당수는 법무연수원 교육을 받고 있다. 공수처가 오는 17일 인사위를 열고 검사 10명을 추가로 채용하는 절차에 나서는 등 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현재 접수된 사건을 감당하기에도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가 최근 경찰청에 수사관을 최대 20명까지 추가로 파견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인력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력 부족으로 사건을 오래 쥐고 있으면 그 자체로도 불필요한 정치적 시빗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주요 사건 9개 중 조희연 교육감 사건을 제외하면 모두 수사에 도가 튼 검찰 관련 사건인데, 공수처가 이들을 상대로 조금만 실수를 해도 시비가 발생할 것”이라며 “(예민한 사건들이어서) 더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인력 부족 등으로 당면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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