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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진영수호·이대남 지지율 관리에 여야 모두 반페미니즘 활용”

등록 2022-02-20 14:34수정 2022-02-20 15:26

여성계 시국토론, ‘이대남’ 구애 골몰 정치권 비판 거세
“여성 청년의 ‘정치적 말하기’가 많은 가능성 열어”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시국 토론회가 열렸다. 줌 중계영상 갈무리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시국 토론회가 열렸다. 줌 중계영상 갈무리

“한 정치인이 ‘20대 여성 유권자들은 여자라서 죽었다는 말을 하는 것 말고 구체적인 정치적 요구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며 여성 유권자들의 정치적인 주체성을 의도적으로 무시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닷페이스>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들을 기록하면서 느낀 것을 같이 나누려고 합니다.”

19일 한국여성학회 등의 주최로 열린 시국토론회에 참석한 유튜브 채널 <닷페이스>의 조소담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한 인터뷰 발언을 인용하며 최근 대선 국면에서 “의도적으로 무시”되고 있는 ‘여성 유권자’ 이야기를 꺼냈다. 조 대표는 <닷페이스>가 지난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정치권 위력 성폭력 고발·스쿨 미투·불법촬영물 철폐 시위 등으로 이어져 온 “다양한 여성들의 정치적 말하기”를 기록해왔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저는 여성들이 지난 시간 어떻게 이렇게 애써왔나 싶을 정도로, 주체적으로 구체적인 현안들에 정치적 목소리를 내왔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의 말하기는 우리 사회에 닫혀있던 수많은 가능성을 열었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페미니스트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선 국면을 맞아 정치권이 이른바 ‘이남자·이대남(20대 남성)’ 구애에 골몰하고 있는 사이, 수년째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오고 있는 청년 여성 유권자들의 노력들이 폄훼되고 무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시국 토론회가 열렸다. 줌 중계영상 갈무리
19일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 시국 토론회가 열렸다. 줌 중계영상 갈무리

“이대남 담론은 지지율 관리위해 만들어진 도구”

‘세대와 젠더 분열을 넘는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포럼 : 미투에서 대선까지’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날 시국토론회에서는 페미니즘과 페미니스트 유권자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는 최근 정치권의 ‘이대남’ 담론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권명아 동아대 교수(한국어문학과)는 “이대남 담론은 정당 정치 조직의 지지율 관리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라며 “여당과 야당 모두 반페미니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으나 그 구성과 효과는 이질적”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준석 대표 등이 주장하는 각종 ‘할당제 폐지론’이 ‘고용 없는 성장시대’에 대기업의 고용책임을 촉구하던 진보적 의제의 반대논리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멸공이라는 냉전 반공주의가 ‘고용 없는 성장시대’를 맞아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적을 생산하면서 갱신 중”이라는 분석이다.

권 교수는 민주당 등 여권도 당 소속 지자체장에 의한 권력형 성범죄가 드러나자 페미니즘을 부정하는 방식으로 ‘진영 수호’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모든 주권자는 이들이 지키고자 하는 건 ‘진보의 가치’도 윤리나 염치도 아닌 정권뿐이라는 걸 적나라하게 확인했다”는 지적이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인 김지은씨는 이날 김혜정 성폭력상담소장이 대독한 발제문에서 2019년 9월 대법원의 ‘유죄 판단’ 이후에도 “투쟁”이 끝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도청을 상대로 한 민사소송 과정, 포털 댓글난의 악성 댓글 등을 통해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지은씨는 발제문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권력형 성폭력에 대해 사과하고 2차 가해자들의 공직 진출을 막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에 안희정계 의원들은 참여하지 않았고, 2차 가해를 한 사람들은 지금도 청와대와 지자체, 대선캠프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페미·반페미의 대결 아니라 페미니즘과 ‘반민주주의’의 싸움”

이날 토론회 뒤에는 최근 이어진 백래시(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 흐름을 규탄하는 시민 10여명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자신이 ‘미성년자’라고 밝힌 박아무개씨는 “학교에서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욕으로 쓰이는데 학교는 이에 대한 대처가 미온적”이라며 “학교는 페미니스트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위협에 대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입법 보좌 노동자’라고 소개한 원아무개씨는 “이번 대선 기간 여가부 폐지, <닷페이스> 출연 반대, 오또케 공약집 등 진영을 넘나드는 여성혐오 이슈가 매일같이 터졌고 선대위 내 여성구성원들은 조심하자고 경고를 올렸다”며 “하지만 여성들의 상식적인 외침은 선거판에서 페미니즘은 빠지라는 말 아래 묻혔고, 여성혐오 이슈는 페미니즘 세력과 안티페미니즘 세력의 대결로 동등하게 여겨졌다”고 했다. 원씨는 “저를 포함한 정치권은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반페미니즘이 아니라 반민주주의”라며 “이제 우리는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의 싸움이라는 착시현상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투표장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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