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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육퇴한 밤] ‘기승전 육아’ 지친밤, 혼자 볼 영화가 필요해

등록 2022-03-17 19:59수정 2022-03-17 21:58

유튜브 채널 <육퇴한 밤> 20년차 방송작가 천준아 인터뷰
결혼 무서워한 천 작가의 과속스캔들…육아중 영화 에세이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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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퇴한 밤> 섬네일.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가 꿀맛이다.”

17일 <육퇴한 밤>에서 만난 손님은 20년 차, 방송 작가 천준아씨다. 공중파 3사 영화 정보 프로그램을 모두 섭렵했다.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양육자이기도 하다. 밥벌이를 위해 영화를 보다 영감을 준 영화 대사를 차근차근 모았다. 육아가 버거울 때 스크린 속 배우가 속삭여준 대사는 깊은 위로가 됐다.

위기 앞에 선 초보 육아인이 헤쳐나갈 방향도 알려줬다. 혼자만 알고 있기엔 아깝고 훌륭한 영화의 말들과 현실 육아의 깨달음을 모아 에세이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송송책방)로 엮었다. 그는 영화가 끝난 뒤 찾아오는 생각과 감정을 글로 매듭 지어보길 권했다.

“영화를 통해 해법을 찾게 되는 과정들이 있더라고요. (영화 속에서 본 다양한 상황들과 감정을 통해) 내가 느끼는 불안을 마주하고 글로 정리해보면 육아에 대한 길도 앞으로 살아가야 할 길도 명확하게 정리될 때가 있거든요.”

그의 인생은 ‘덕질’(한 분야를 열성적으로 파고드는 일)로 더 유쾌해졌다. 가수 김건모 팬클럽 회원일 때도 자신의 이름을 ‘천연덕’이라고 짓고 ‘천연덕’스럽게 열정적인 활동을 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가수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방송 작가의 꿈도 이뤄냈다. 궁금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하다 보니 일상이 재미있어졌다. 목욕탕에서 알몸으로 만난 세신사의 하루 수입을 서슴없이 묻고 듣는 ‘넉살’ 유전자만큼은 아이가 닮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날 인터뷰에선 넉살 넘치는 ‘천 엄마’의 육아 이야기를 비롯해 영화 애호가 천 작가의 추천 영화도 들어봤다.

에세이 &lt;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gt;를 펴낸 천준아 작가. &lt;육퇴한 밤&gt; 화면 갈무리.
에세이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를 펴낸 천준아 작가.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사실 그는 결혼이 무서웠다. 한때는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두려웠다. 연애가 잘 안 되고, 결혼도 미룬 나이 많은 언니들의 공통점은 뭘까 궁금했다. 2022년에는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2014년엔 ‘노처녀’에 대한 선입견을 걷어차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는 <노처녀에게 건네는 농>이란 제목의 독립 잡지를 만들었다. 잡지에 담을 콘텐츠를 준비하다 심리 상담을 받게 됐다. 서른일곱에 비로소 ‘아버지’라는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됐다.

“상담가님이 ‘준아씨 낳았을 때, 아버지가 몇 살이셨어요?’라고 물어봤어요. 아버지 나이를 생각하다가 오열했죠. 스물여섯에 저를 낳았더라고요. 그 나이에 가장의 책임을 느꼈을 텐데 힘들었겠다 싶었죠. (유년 시절) 아빠가 보여준 문제들은 있지만, 그런데도 한 인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어떤 계기가 됐던 것 같아요.”

입버릇처럼 ‘혼자 잘 살 거야’라고 외쳤던 어느 날, 20대 때 짝사랑했던 그와 다시 재회했다. 결혼과 출산에 이어 100일 잔치를 한 해에 끝냈다. 늦깎이 엄마가 된 그는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20대를 보낸 남편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선의 태교는 지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환경에서도 아이가 남편처럼 툴툴 털고 일어나 할 일을 하는 사람이길 바랐어요. 계속 불평불만하고 말로만 모든 것들을 소비하지 않고, 일어나서 행동할 수 있는 사람. 스스로 자신을 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랐죠.”

김미영 &lt;한겨레&gt; 기자가 질문하고 있다. &lt;육퇴한 밤&gt; 화면 갈무리.
김미영 <한겨레> 기자가 질문하고 있다. <육퇴한 밤> 화면 갈무리.

엄마의 바람을 닮아가는 아이는 훌쩍 자라 초등학생이 됐다. 30대에 아이를 낳게 돼 다행(?)인 이유도 있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게 됐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선행 학습을 시키는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뚜벅뚜벅 아이의 속도에 맞춰간다.

“20대 때 아이를 낳았으면 애를 잡았겠구나 싶어요. 넘치는 체력으로 아이를 통제하고 내 뜻대로 하고 싶어서 아이를 힘들게 키웠겠구나 싶었죠. (중략) 박물관이나 체험관에 가면 아이한테 체험 하나 더 시키려는 부모님을 봤어요. 아이는 잘하는 모습을 부모한테 보여주고 싶잖아요. 아이가 부모한테 잘 보이지 않아도 되고, 스스로 행복한 아이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체험이나 사교육을 억지로 시키지 않았죠. 내가 돈을 들여서 뭔가를 시키게 되면 분명히 뽕을 뽑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거든요.” (웃음)

믿는 만큼 아이들이 자란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삐걱거리는 날도 있었다. 아이의 성과를 지지하고 응원해야 했던 날, 아이의 말을 믿지 못하고 냉혹하게 굴었다. “하루는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왔는데 줄넘기 840개를 뛰었다는 거예요. 솔직히 믿지 못했죠. 다음 날, 유치원 선생님이 얘기를 해줘서 아이 말을 믿게 됐어요.” 그가 추천한 영화 <행복을 찾아서>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빠가 네가 못할 거란 말을 하더라도 믿지 마!’

방송사 영화 정보 프로그램을 구성한 천준아 작가가 &lt;육퇴한 밤&gt;에 볼 영화를 추천하고 있다.
방송사 영화 정보 프로그램을 구성한 천준아 작가가 <육퇴한 밤>에 볼 영화를 추천하고 있다.

공중파 3사 영화 프로그램 제작을 석권한 그에게 영화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애호가인 천 작가도 아이와 함께 본 첫 영화는 <뽀로로 공룡 대탐험>이다. 함께 보는 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이날 인터뷰에선 ‘기승전 육아’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양육자를 위한 영화를 추천했다. 추천사는 영상 인터뷰에 담았다.

그는 육아로 지친 날 꺼내보면 좋을 영화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7)를 꼽았다. 16년째 라이프 잡지사에서 사진 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는 월터 미티. 잡지 폐간을 앞두고 전설의 사진작가가 보내온 표지 사진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진다. 사진을 찾아오지 못하면, 직장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월터가 사라진 사진을 찾기 위해 연락도 닿지 않는 사진작가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담은 영화다. 이어 불의의 사고 때문에 미 연방수사국(FBI)에 쫓기게 된 반전운동 가족의 삶과 갈등을 그린 영화 <허공에의 질주>(1988)도 추천했다.

영화감독 아담 엘리엇의 펜팔 경험을 녹인 애니메이션 영화 <메리와 맥스>(2011)도 ‘육퇴한 밤’을 수놓을 후보작이다. 영화는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교외에 사는 외로운 소녀 메리와 미국 뉴욕에 살며 자폐증을 앓고 있는 유태인 맥스의 유대관계를 그린다.

<육퇴한 밤>엔 독자들을 위한 책 선물도 쏟아진다. 오는 24일까지 유튜브 영상 댓글과 이메일 등을 통해 시청 소감을 남기면 된다. <한겨레>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가운데 하나인 <북북 긁어드립니다>(@bookbook_scratch)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 정성스런 후기를 남겨준 열 분을 선정해 천준아 작가의 책 <육퇴한 밤, 혼자 보는 영화>(송송책방)를 선물할 예정이다.

Q. 육퇴한 밤은?

작지만 확실한 ‘육아 동지’가 되고 싶은 <육퇴한 밤>은 매주 목요일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로 찾아갑니다.

영상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과 네이버 TV, 오디오 콘텐츠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을 통해 공개됩니다. 일과 살림, 고된 육아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분들을 위해 중요한 내용을 짧게 요약한 클립 영상도 비정기적으로 소개합니다. ‘구독·좋아요’로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려요. 육퇴한 밤에 나눌 유쾌한 의견 환영합니다. lalasweet.night@gmail.com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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