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사 ‘프로젝트 문’의 게임 ‘림버스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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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게임 개발에 참여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페미니즘을 지지하는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게임업계에 만연한 ‘페미니스트 검열’과 ‘여성혐오’에 또 한명의 여성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은 셈이다.
25일 밤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를 개발한 게임 개발사 ‘프로젝트 문’은 트위터에 공지를 올려, 이 게임의 스토리 일러스트레이터인 ㄱ씨와의 계약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프로젝트 문의 김지훈 디렉터는 이날 공지에서 “에스엔에스(SNS)계정이 회사와 연관될 가능성을 없애달라고 전체 공지 등을 수차례 했다“며 “논란이 된 직원분과 계약은 종료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ㄱ씨는 한겨레에 “(사쪽으로부터) 25일 밤 11시에 전화를 받았다”며 “서면적인 부분은 이번주나 다음주 중으로 전달하겠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ㄱ씨가 해고된 데는 남성 이용자들의 반발 탓이 크다. 앞서 남성 이용자들은 림버스 컴퍼니의 여성 캐릭터가 신체 노출이 적은 전신 수영복을 착용하고 있거나 몸매가 평면적이라는 등의 이유들 들어 ‘페미니즘 개발사’라고 프로젝트 문을 비난했다.
남성 이용자들은 해당 게임에 ‘1점’을 주는 등의 ‘별점 테러’를 했고, 게임 크레디트에 적힌 ㄱ씨의 에스엔에스 계정을 확인해 ‘남성혐오’ ‘메갈’이란 딱지를 붙였다. ㄱ씨가 2021년 프로젝트 문에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전, 에스엔에스에 불법촬영 반대 집회, 낙태죄 폐지 관련 글 등을 올린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특히 ㄱ씨가 해고 통보를 받기 몇시간 전, 이용자 10여명이 직접 프로젝트 문 본사를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프로젝트 문이 김지훈 디렉터 명의로 26일 입장문을 냈다.
게임업계에서 ‘페미니즘 검열’로 여성 노동자를 퇴출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6년 넥슨은 성우 김자연씨가 에스엔에스에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려 논란이 일자 곧장 김씨를 교체했다. 같은 해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 제작사 넥스트 플로어는 ‘페미니즘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는 이유로 일러스트레이터 송미나씨의 작업을 삭제하기도 했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이 2020년 발표한 내용을 보면, 2016년부터 게임업계에서 여성 인권과 관련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가 부당한 대우를 당한 여성 노동자가 최소 14명에 이른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0년 “게임업계 ‘페미니즘 검열’은 혐오·차별”이라고 밝혔지만, 게임업계 여성혐오는 잦아들지 않는 셈이다.
경기청년유니온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사상 검증과 이를 뒤따르는 밥줄 끊기 협박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노동자의 징계와 처벌, 해고 등은 사칙이 고용노동청에 신고한 취업규칙에 따라야 하며, 취업규칙은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