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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사내 성폭력 피해자 강민주 PD에 복직 강요…2차 가해”

등록 2023-10-12 18:20수정 2023-10-13 18:21

성희롱 항의 뒤 두차례 해고 당한 강민주 피디
CBS 본사 상대로 한 손배해상 소송에서 승소
2018년 4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중인 강민주 피디.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2018년 4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 중인 강민주 피디.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직장 내 성희롱에 항의했다가 두차례 해고되는 등 2차 피해를 당한 강민주 강원시비에스(강원 CBS·피해 당시 전남CBS 소속)피디에게 회사가 ‘전남 CBS’로 복직하라고 강요한 것은 또다른 ‘2차 가해’를 유발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CBS 본사에도 직장 내 성희롱과 부당해고, 2차 가해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9단독은 지난달 26일, CBS 본사에 “성희롱 및 2차 가해를 한 회사 간부 등과 공동으로 강씨에게 4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올 2월 강 피디는 자신에게 성희롱 발언을 하고, 이에 항의하자 두차례 부당해고 하는 등의 불이익을 준 회사 간부들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최종승소했는데, 법원이 CBS 본사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앞서 2016년 전남CBS에 정규직 수습피디로 입사한 강씨는 윤아무개 당시 보도국장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 발언을 듣고 이에 항의했다. 이후 수습기간동안 받는 본사 교육에서 배제되고, 수습기간이 끝나자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강 피디는 2017년 4월 전남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받고 복직했으나 회사는 같은해 12월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또다시 해고됐다.

재판부는 먼저 ‘(전남 CBS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감독 관계에 있지 않았다’는 CBS쪽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CBS는 전남 CBS 본부장을 임명하도록 돼 있고, 전남 CBS에 대한 편성권을 포함한 포괄적인 경영권을 가진다”며 성희롱과 부당해고 등의 책임이 CBS 본사에도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한 간부가 강 피디에게 전남 CBS로 복직할 것을 일방적으로 명령한 것에 대해서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당시 전남 CBS에는 성희롱 가해자와 1,2차 해고에 관여한 간부가 근무하고 있었다”며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강 피디의 우려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한용길 당시 CBS 본사 사장이 2018년 강 피디가 두차례 부당해고를 당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 전 직원에게 “성희롱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문제제기 때문에 해고를 한 것이 아니다” “강씨는 계약직으로 채용돼 계약기간이 끝나 정성적으로 해고됐다”고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2차 가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한 전 사장의 문자 메시지가 “2차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강씨를 정규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데도 계약직으로 표현할 경우, 원고의 성희롱 문제제기의 진정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었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므로, 신중하게 입장 표명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 전 사장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2차 가해’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이후, 강 피디는 직원으로 추정되는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계약직 주제에 회사 더럽히지 말고 당장 떠나라’ 등의 메시지를 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또 강 피디가 부당해고 구제신청 과정에서 지급한 노무사 비용 825만원과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요양기간동안 미지급한 급여를 회사쪽이 지급해야한다고 선고하기도 했다.

약 50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을 받은 강 피디는 “판사님이 저에게 그동안 고생했다고 편지를 써준 것만 같아서 눈물이 났다”며 “저도 처음에 소송을 진행할 때 다른 기사들을 통해 (성폭력 피해자들이 어떻게 대응했는지) 흔적을 찾았다”며 “비슷한 피해자들이 대응할 때 이번 판결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BS는 법원의 1심 판결에 즉각항소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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