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신앙교리성은 18일(현지시각) 동성 커플이 원한다면 가톨릭 사제가 이들에 대해 축복을 집전해도 된다는 내용을 담은 교리 선언문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은 2022년 12월 25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티칸시티 교황청 발코니에서 군중들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공식적으로 승인하자 국내 성소수자 단체 등은 “의미있는 한 걸음 진전”이라고 환영했다.
동성혼 법제화 운동을 하는 ‘모두의 결혼’의 이호림 활동가는 19일 교황의 ‘동성 커플 축복’ 승인에 대해 “종교적 배경을 가진 동성 부부들에게 종교 공동체의 환대는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황의 동성 커플 축복 승인은) 궁극적으로는 종교뿐만 아니라 정치 등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포용적 태도와 환대가 늘어나고, 혼인 평등이 실현되는 길에 큰 기여를 하는 일”이라고 환영했다.
앞서 교황청은 결혼은 남녀 간에 하는 것이란 기존 교리를 유지하면서도 결혼하려는 동성커플을 축복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신앙교리부의 선언문 ‘간청하는 믿음’(Fiducia Supplicans)을 발표하며,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를 검토·승인·서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민 행동하는성소수자연대 활동가는 “교황이 (결혼은 남녀 간에 하는 것이란 기존 교리는 유지하고) 동성 커플에 대한 축복까지만 말씀을 하신 것이기 때문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한 걸음 진전한 것”이라며 “한국 종교도 이에 맞춰서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동성 배우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달라’는 행정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길벗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역시 교황의 동성 커플 축복이 기존의 ‘동성간 시민결합’ 지지의 연장선이라는 데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성소수자 가톨릭 신자가 교회 안에서 성원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한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의미 부여를 했다.
또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지난 8일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출교’를 선고받은 이동환 목사도 “가톨릭이 용기 있는 한 걸음 진전을 보여줬다”며 “너무 환영할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프로테스탄트(저항하는 자)’라는 개신교에서는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저를 출교했는데, 가톨릭은 한 걸음 나아갔다”며 보수적 감리회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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