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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1심서 묻지 않은 안희정 휴대폰 폐기, 2심 재판부 신문하라”

등록 2018-11-21 14:29수정 2018-11-21 15:13

성폭력사건 공대위, 29일 공판준비기일 앞두고 기자회견
“1심선 안 전 지사의 진술번복이나 휴대폰 폐기 묻지 않아”
“비정규직-인사권자 관계, 위력 존재와 행사 분리 어렵다”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다’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에 “피고인 안희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신문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진 박다해 기자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존재만 하는 위력은 없다’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에 “피고인 안희정에 대해서도 제대로 신문해달라”고 요구했다. 사진 박다해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조병구)는 안 전 지사가 진술을 번복한 점, 증거가 될 수 있는 휴대전화를 폐기한 점에 대해선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대신 김지은씨가 비서로서 수행했던 직무에 대해선 끊임없이 “성폭력 피해자다운 행동이 아니다”라며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했다. (▶관련기사: [뉴스AS] 안희정 ‘무죄 판결문’의 결정적 의문점 4가지)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2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심 재판에서는 반드시 피고인인 안 전 지사에게 질문해야 한다”고 요구한 이유다. 이소희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사무국장은 “도지사라는 매우 위중한 자리에서 비서에게 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생각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진술에서 밝혀진 대로 두 사람이 데이트 관계라고 생각할 수 있는 증거도 완전히 부재한 상황이었는데 그렇다면 피고인은 자신이 취한 행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비서로서 성적 봉사를 요구할 수 있다고 본 것인지 아니면 비서는 자신의 말을 거절할 수 없거나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인지 등을 항소심 재판부가 (안희정에게)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정혜선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하면서 제출한 직접적인 증거의 핵심은 피해자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이었다. (그런데) 1심 재판부가 피해자의 진술이 신빙성을 확보할 수 없다고 주장한 판결문의 내용들은 피해자가 당한 범죄 사실들과는 무관한 내용들이었다”고 비판했다.

정 변호사는 강간죄를 무죄로 선고한 2심 판결을 최근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뒤집은 사례를 들며 “성폭력 사건의 심리를 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도록 유의해야 함을 명시한 것”이라고 했다. 이때 성인지 감수성이란 “성폭행 피해자의 대처 양상이 피해자의 성정이나 가해자와의 관계,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할 때도 대법원은 “피해자의 진술이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거나 경험칙에 비추어 비합리적이라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고, 허위로 진술할 만한 동기나 이유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이상 그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하지 말라”고 확인해줬다고 정 변호사는 설명했다.

1심 판결에서 논란이 됐던 ‘위력의 존재와 행사 여부를 분리한 점’에 대해선 비정규직과 인사권자라는 관계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공동대표는 “지방자치단체 별정직 공무원의 임명, 징계, 해고에 대한 모든 권한은 지방자치단체장이 가진다. 김씨의 직전 수행비서도 8년 동안 근무했지만 별다른 사유 없이 해임됐다”며 “(별정직 공무원은) 오히려 계약 기간이라도 있는 민간의 비정규직보다 훨씬 더 불안정하다”고 짚었다. 안 전 지사가 지니고 있던 ‘위력’은 굳이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로 작동할 수 있었단 얘기다. 배 공동대표는 “사업주인 안희정은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할 책임을 다하기는커녕 도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삶을 파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희정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 오는 29일 첫 공판 준비기일을 연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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