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정기 이사회에서 체육계 폭력·성폭력 사태에 대한 쇄신안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백소아 기자
체육단체나 협회, 구단 등이 성폭력 사건을 은폐, 축소할 경우 최대 징역형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2월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정부가 밝혔다. 최근 여성 스포츠인들의 ‘미투’ 고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대책이다.
여성가족부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체육계 쇄신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등 3개 부처 차관을 중심으로 구성된 협의체를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협의체를 통해 2월 중 범정부 차원의 ‘체육분야 인권침해 근절 대책’을 만들겠단 계획이다. 여가부는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단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숙진 여가부 차관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성폭력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에 대해 “(2월) 임시국회를 통해 적극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은 “사업주 등과 그 종사자는 기관이나 단체 안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직무상 알게 된 때에 해당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나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 등을 통해 성폭력 사건을 신고해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환경에 대해서도 조속히 방안을 마련한다. 오영우 문체부 체육국장은 “(분리조치는)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와 협력해서 즉시 시행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체육단체와 마땅히 협의할 일”이라고 했다. 지금까지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수사나 심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공간에서 훈련을 해야했다. 2차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었던 셈이다. 문체부는 아울러 성폭력 사건에 대해 성인지감수성을 갖고 제대로 된 대응을 하기 어려운 단체나 협회를 위해 “(대응) 매뉴얼을 마련하는 등 시급하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바로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문체부가 9일 밝힌 ‘체육분야 전수조사’에 대해선 학생 선수 6만 3천여 명도 포함해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문체부는 이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와 함께 조사 방법이나 규모, 범위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경찰에 대한 고발조치도 함께 진행한다. 또 지난 11일 개최한 ‘제5차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협의회’에서 “학교 체육의 구조적인 문제까지도 같이 봐야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그 의견을 고려해 교육부에서 개선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정부는 밝혔다.
이밖에도 피해자가 안심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익명상담 창구를 마련하고, 심리치료·수사의뢰·피해자 연대모임 지원 등 지원체계를 강화한다. 교육부는 학교운동부 운영을 점검하고 관리·감독에 나선다. 경찰청은 여경을 포함한 수사전담팀(10명), 법률자문가 (2명), 포렌식 담당 (3명) 등을 보강한 전문수사팀을 구성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했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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