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가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인사보복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성범죄가 만연하고, 성범죄에 대해서 관대하고, 성범죄를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피해자를 조직적으로 괴롭혀요. 이런 검찰이 지속되는 한 ‘미투’는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서지현 검사에 대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성추행과 인사보복 혐의가 1심에서 인정됐다. 서 검사는 24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판결에 대해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은 진실이고, 역시 진실은 이길 수 밖에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국의 ‘미투’ 운동을 촉발한 그의 고발 이후 1년 만이다.
무죄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졌지만, 재판부는 예상을 뒤엎고 ‘징역 2년’이란 검찰의 구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서 검사는 “정말 이 판결이 기존의 그리고 앞으로의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경고가 되고, 지금 이순간에도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용기와 위안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절반의 성과다. 검찰이 반성 대신 낙인찍기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조직의 수치’, ‘배신자’란 단어들이 꼬리표처럼 붙어 다닌다고 서 검사는 말했다. 후배를 괴롭혔다거나 직원들과 사이가 안좋았다는 등 근거 없는 소문이나 노골적인 욕설도 함께 퍼져 괴롭힌다. 재판 과정에서도 거짓 진술을 한 증인만 20여명 가량 된다고 서 검사는 밝혔다. 특히 성추행 사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거짓을 말했다는 점도 재차 거론했다. 앞서 재판부는 최 의원이 당시 성추행 진상조사를 막으려 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수사 기록을 보고) 많은 검사·수사관들이 명백한 허위 진술을 하는 것을 보고 사실 굉장히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 편향되고 일관되지 못한, 앞뒤가 맞지 않은 진술이 (오히려) 재판부로 하여금 진실을 밝히게 하는데 도움되지 않았나 싶다.” 서 검사는 말했다.
우려도 내비쳤다. 오히려 자신의 고발 이후 ‘검찰이 서지현을 어떻게 죽이는가’를 구성원들이 명백히 봤고, 검찰 내 성범죄 피해자들이 더욱 입을 열지 못하게 됐다는 얘기다. 서 검사는 “(인사에 문제가 없었다고) 명백하게 허위사실을 발표한 검사들을 (시민단체가) 고발했지만 (지금까지도) 수사개시조차 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다음 인사에서 좋은 보직으로 발령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대신 자신을 음해하기 위한 세평을 수집하고 이를 조직 내부에 퍼뜨리는 일이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검찰개혁의 출발점이 되길 바라며 입을 열었지만, 제 사건의 수사·재판 과정은 오히려 검찰이 개혁될 수 없는 조직이라는 걸 보여줬다.” 고발 이후 1년, 서 검사가 내린 결론은 “검찰의 자정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도 검찰의 주류는 우병우-안태근 라인”이라며 “외부 개혁이 필요하고, 그 방법 중 하나로 일시적으로라도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도입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미투’가 이야기 하는 건 특별한 게 아니예요. 그저 더 이상 성범죄를 저지르지 말아라,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라,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라가 ‘미투’가 이야기 하는 거예요. ‘미투’의 성공은 검찰의 개혁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 검사는 “비정상의 시대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회견장을 떠났다.
박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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