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커버스토리
‘ESC 공화국’ 정부조직·인선 확정 발표
4대강과 인근 전통주 연계
국토부서 ‘4대강 술사업’ 추진
국정원은 웃음전략 수집기관으로 재편
신설 공수처, 안 웃기는 공직자 간지럼
‘ESC 공화국’ 정부조직·인선 확정 발표
4대강과 인근 전통주 연계
국토부서 ‘4대강 술사업’ 추진
국정원은 웃음전략 수집기관으로 재편
신설 공수처, 안 웃기는 공직자 간지럼
재미와 웃음, 삶에 깃든 위트를 추구하는 ESC가 ‘ESC 공화국 내각’을 구성해봤다. 당연히 가상이다. 하지만 국민이라면 누구나 웃음 만발한 공화국에 살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엄혹한 역사의 현장’을 지켜보며 잠시라도 박장대소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굳은 각오로, 큰 짐을 짊어진 대통령이 된 심정으로 밤새 조각했다. 믿거나 말거나.
5월9일, ‘장미대선’으로 불린 제19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대통령이 새 정부 조직도와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부조리한 찬웃음과 억지웃음, 부패한 쓴웃음, 비웃음, 코웃음을 뛰어넘어 너털웃음, 눈웃음, 함박웃음의 세계로 가기 위해 정부 조직을 확 바꾸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대통령은 국민과 입에 착착 감기는 낙지볶음 같은 소통을 하겠다는 의지로 ‘살인미소’도 날렸다.
■너도나도놀이부 기력이 줄어든 70대 이상 노인들을 위한 놀이공원 설립을 추진한다. 얼굴의 3배 크기, 형광색 코팅, 손톱 터치로 작동 가능한 버튼을 설치해 노인들이 흥겹게 노는 데 불편함이 없게 한다. 중년층을 위해선 웃음민방위조직을 만들어 일과 중 짬짬이 나훈아의 노래 ‘홍시’ 등을 부르며 노는 문화를 정착시킨다.
장관 이애란. 노래 ‘백세인생’으로 장노년층엔 공감을, 청소년과 청년층엔 웃음을 선사한 인물이다.
■청소년놀이부 ‘고등래퍼국’을 설치해 고등학생들의 자유로운 랩 창작을 돕는다. 청소년 래퍼들의 성지처럼 되어버린 부산 ‘똥다리’ 여행비 전액을 지원한다. ‘포켓몬고’와 유사한 앱을 개발해 거주 지역에 상관없이 랩 배틀이 가능하게 한다. 청소년용 뒷담화주머니를 개발해 꼰대 어른들 뒷담화를 일정량 채운 청소년에게 용돈을 지급한다.
장관 딘딘. 뛰어난 랩 실력과 입담, 허당미로 청소년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웃음생활환경부 전국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에 유머극장을 설치해 24시간 운영한다. 잠을 잊은 그대에게 야밤 실없는 웃음을 제공한다. ‘술김에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술김에 저지른 사소한 사건사고를 조정한다. 스타트업 ‘막창조’와 함께 ‘증강현실영상단추’(옷에 부착한 단추를 살짝 건드리면 눈앞에 영상이 펼쳐져 각종 오락물과 영화를 골라 볼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고,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제공해 차량 대기 시간 동안 지루함을 없애준다.
장관 박나래. 설명이 필요 없는 대세 개그우먼이다.
■국토교통부 덕후들을 위한 ‘덕질교통카드’를 만들어 제공한다. 웃음 가득한 생활을 실천하는 국민이 ‘덕력’ 강화의 일환으로 전국의 덕질 명소를 찾는 데 긴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4대강 술 사업’도 추진한다. 피폐해진 4대강을 전통주 사업과 연계해, 전 국토를 술과 안주, 흥이 넘치는 지역으로 탈바꿈시킨다. 맛집 위주로 도로를 정비해 누구나 쉽게 맛집을 찾도록 한다. 지하철과 철도, 전국 버스정거장 등의 명칭을 ‘주꾸미역’, ‘배추전역’, ‘육개장역’ 등으로 바꿔 전국을 흥겨운 맛동산으로 만든다.
장관 유병재. 비(B)급 정서로 똘똘 뭉친 방송인이자 프로레슬링 덕후다.
■보검복지부 미식 강화 정책의 일환으로, 음식으로 채워진 체내 위장의 소화 기능을 돕는 ‘맛 주머니’(위장과 연결이 가능한 탈부착용 주머니. 휴대가 간편해 인기가 많음)를 전 국민에게 공급한다. 전국 보건소에 소화제와 지방흡수억제제 등을 비치해, 맛집투어를 떠나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하게 한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져 체감복지지수를 높여주는 박보검, 송중기, 공유, 설현, 수지, 박보영 등의 사진이 담긴 펼침막을 방방곡곡 골목마다 내건다.
장관 박보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미소와 기쁨을 선물해, 보고만 있어도 건강해지는 기분을 만들어주는 ‘미담 부자’다.
■문화체육부 문화의 기본은 가무. 전국 음치들의 고충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세금감면 혜택을 줘 스스로 음치탈출법을 강구하게 한다. 한달에 한번 ‘내 사랑 스타’ 공휴일을 지정한다. 스타와의 대면식을 정부가 주선해 악수 등의 접촉 행위로 평생 실실 웃을 거리를 만들어준다. ‘술판연극’, ‘술판뮤지컬’ 등을 권장한다. 1막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에 맛깔스러운 술을 제공하는 공연으로, 2막은 아드레날린 수치가 상승해 더 기분 좋은 상태에서 즐길 수 있다. 읍·면·동마다 무료 헬스장과 수영장을 만들고, 요가원을 운영해 전 국민의 체력 향상을 돕는다.
장관 도봉순. 뛰어난 힘과 타고난 체력으로 자신은 물론 이웃까지 지켜낸 인물이다.
■교육부 아동들이 흥이 넘치는 생활을 하도록 웃음학습장을 제공한다. 웃음강사를 파견해 아동들이 목젖이 보이도록 웃는 수업시간을 유도한다. 랩 가사 짓기, ‘빵 터지는 글쓰기’를 수업 과목에 넣는다. 입시에 얽매이지 않고, 어떻게 하면 주위 사람들과 웃으며 행복하게 살지를 가르친다. ‘포복절도 백일장’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 새로운 웃음공식을 발견한 학생, 반 친구들을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준 학생에겐 방학 기간을 15일 연장해준다.
장관 김숙. 당당하고 유쾌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줬을 뿐만 아니라, 고민 상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위로해왔다.
■외교부 최고 웃음 명사를 웃음대사로 지명해 웃음이 낙후된 우방국에 파견한다. 세계 경제의 위기를 타개할 웃음유발협약을 ‘G20’ 정상회담에 제안한다. 외교관들은 각국의 웃음 코드를 연구해 ESC 공화국 실정에 맞도록 변형하고, ESC 공화국의 선진 웃음비법을 각국에 전파한다.
장관 유재석. 부동의 개그맨 ‘1인자’로 10년 동안 국민들의 웃음을 책임져왔다. 입담, 분장, 몸개그까지 두루 능통해, 세계인을 즐겁게 만들어주기에 안성맞춤이다.
■농림축산해양식품부 한식국, 양식국, 중식국, 디저트국, 떡국, 나물국, 한우국 등으로 조직을 개편해 전문적으로 음식과 식재료를 연구하고 다루도록 한다. 마을잔치나 20~30대의 단골 클럽에 해당 공무원을 파견해 날씨, 모임 성격, 모인 사람 등에 어울리는 음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장관 김민경. ‘먹방’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개그우먼으로, 전 국민이 제대로 먹는 데 큰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정보원 미국 국가안보국(NSA), 영국의 비밀정보부(M16) 등과 공조해 국외의 웃음전략 정보를 수집한다. 국민 건강을 위해 버튼 하나면 웃음이 빵 터지는 비밀무기를 개발한다. 요원들에게는 제임스 본드도 부러워할 ‘매운웃음폭탄’을 제공한다. 볼펜 모양인 이 폭탄은 입김만 살짝 불어도 작동하며, 맞았을 때 마치 눈에 청양고추 가루가 들어간 것처럼 눈물을 흘리게 된다. 국내에 잠입한 산업스파이들을 쫓아낼 때 사용한다. 요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무기다.
원장 박정우. 사이코패스 재벌 2세와의 ‘기울어진 운동장’ 싸움에서 끈질기고 현명하게 싸워 이긴 검사 출신. 이번엔 그 지략을 국민의 ‘웃음의 질’ 향상에 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웃음감사원 모든 부처의 공무원이 국민에게 웃음을 주는지 감시한다. 188신고센터에 접수된 쓴웃음, 비웃음 제공 공무원들을 감사해 적법한 징계 조처를 취한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 3만8700개 기관의 회계업무 중 웃음 유발에 사용한 비용은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다.
원장 유해진. 연기도 재치, 예능도 재치로 전 국민을 웃겨왔다. 이젠 다른 공무원도 국민을 웃길 수 있도록 도울 때가 됐다.
■맛집심의위원회 엄격한 잣대로 심사해 매년 최고의 맛집을 뽑는다. 스타트업 ‘뭐든먹어’가 개발한 맛집 심사 앱을 까는 국민에게는 한우 보섭살(설도 부위 중 가장 풍미가 좋은 부분), 살치살 등 고급 부위 2㎏을 선물하고, 추첨을 통해 놀이공원 입장권 등을 증정한다.
위원장 김준현.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했다. 창조적 먹방의 선두주자인 개그맨 김준현이 그간 먹어본 경험을 살려 국민들을 아름다운 미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종합편성사업자를 6개월마다 엄격하게 심의해 재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그 기준은 ‘재미’로, <무한도전>을 넘보는 ‘쩌리’ 구성과 3초마다 웃음보를 터트리는 전략을 백분율로 환산해 기준점을 넘지 않으면 승인을 취소한다. 웃기지 못해 경고 3회, 주의 2회 등을 받아도 취소한다.
위원장 김제동. 개념있게 웃기는 데 방송인 김제동만한 인물은 없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근엄하기 짝이 없는, 재미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유머라고는 아재개그만 하는 공직자를 수사해 엄단한다. 반대로 깨방정을 떨며 국민들의 불쾌지수를 파격적으로 낮추는 공직자에게는 성과급을 지급한다. 태극기를 망토 삼아 집회에 나가, 허접하고 유머라고는 쥐발톱만큼도 없는 얘기를 떠드는 정치인을 붙잡아 묶고 깃털로 간지럼 태우는 형벌을 가한다.
처장 마동석. 거친 겉모습으로 안 웃기는 사람을 제압하고, 유머 넘치는 사랑스러움으로 ‘웃음교육’을 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청 ‘지루함감시국’을 신설해 일상에서 지루함을 유발하는 범죄를 단속한다. 웃음파괴범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특수웃음범죄전담 경찰관을 양성한다.
청장 차수현. 국민이 행복해야 한다는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이 시대 경찰의 표상이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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