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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천둥 치는 물길 따라 천개의 섬 뱃놀이

등록 2018-07-18 20:28수정 2018-07-18 22:07

라이프 레시피│이기적인 여행

캐나다 호반도시 토론토 주변 여행
도보·유람선·헬기로 만나는 나이아가라폭포
친환경 전통마을 세인트제이컵스 거쳐
부호들 별장지 ‘1000섬 공원’ 탐방
헬기에서 내려다본 나이아가라폭포. 말발굽폭포로 불리는 캐나다 쪽 폭포다.  이병학 선임기자
헬기에서 내려다본 나이아가라폭포. 말발굽폭포로 불리는 캐나다 쪽 폭포다. 이병학 선임기자
해 진 뒤 찾아간 나이아가라폭포 주변은 소란하고 축축했다. 우르르, 쿠르르릉… 천둥 치는 듯한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졌고, 폭포가 일으킨 물보라가 날아와 비처럼 쏟아졌다. 어둠 속에서 조명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낸 폭포는 과연 웅장했다. 한밤의 나이아가라폭포. 수시로 바뀌는 5색의 조명이 약간 촌스럽긴 했지만, 밤에 비바람 뚫고 폭포 전망대로 꾸역꾸역 모여드는 이들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멋진 경관이었다. 어둠 속을 흘러와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낙하하는 거대한 물기둥들의 행렬은, 한낮의 눈부신 폭포 경관과는 또 다른 볼거리였다.

밴쿠버~토론토 캐나다 횡단열차 여행을 마치고, 나이아가라폭포 야경 감상을 시작으로 토론토 주변 여행에 들어갔다. 나이아가라폭포를 다양한 방식으로 감상한 뒤 토론토 서쪽의 전통마을 세인트제이컵스, 그리고 온타리오호 북동부의 ‘사우전드 아일랜즈’(천 섬) 경관을 둘러봤다.

나이아가라폭포는 이리호와 온타리오호를 잇는 물길인 나이아가라강 중간에 걸려 있다. 남미의 이구아수폭포, 아프리카의 빅토리아폭포와 함께 ‘세계 3대 폭포’로 불린다. 규모는 빅토리아·이구아수에 이어 세 번째다. 나이아가라는 미국 폭포와 캐나다 폭포(말발굽폭포)로 나뉜다. 말발굽폭포(높이 53m, 너비 790m)가 미국 쪽 폭포(높이 25m, 너비 320m)보다 규모가 더 크다. ‘나이아가라’라는 이름은 북미 원주민 말인 ‘오니가라’(천둥소리를 내는 물)에서 비롯했다고 한다. 폭포 탐방의 거점 도시인 나이아가라폴스는 이름 그대로 폭포 때문에 만들어진 관광도시다. 캐나다·미국 국경을 이루는 폭포를 사이에 두고 두 나라에 같은 이름의 도시가 있다.

유람선에서 올려다본 미국 쪽 나이아가라폭포.  이병학 선임기자
유람선에서 올려다본 미국 쪽 나이아가라폭포. 이병학 선임기자

캐나다 쪽 나이아가라폭포(말발굽폭포) 야경.  이병학 선임기자
캐나다 쪽 나이아가라폭포(말발굽폭포) 야경. 이병학 선임기자
캐나다 쪽에서 나이아가라폭포 경관을 감상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폭포 옆으로 내려가기, 유람선 타기, 헬기 타기 등이다. 폭포의 아름다움을 가까이서 즐기는 데 지름길은 없다. 어느 방법을 택하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어느 방법을 택하든,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탄성을 내지르게 되는 건 마찬가지다.

폭포 옆 탐방은 말발굽폭포의 옆구리와 심장부로 다가가는 여정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이동하며 폭포 바로 옆과 뒤쪽에서 어마어마한 물줄기의 쇄도를 감상할 수 있다. 우비를 입어도 물보라와 튀는 물방울로 얼굴이 젖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유람선 여행은 배를 타고 물길을 따라 오르며 미국폭포와 말발굽폭포 밑으로 파고드는 방식이다. 다가갈수록 하늘을 뒤덮는 물보라로 시야가 흐려지고 온몸을 적시게 되지만, ‘세계 3대 폭포’의 하나인 나이아가라의 위용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이자, 폭포를 가장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늘에서 폭포를 감상하는 헬기 투어도 인기다. 폭포 하류 쪽 헬기장을 이륙해 물줄기를 따라 오르며 미국폭포와 캐나다폭포를 차례로 내려다보고 돌아오는 투어다. 폭포 주변의 독특한 지형, 자연에 순응해 굽이치고 낙하하며 흘러가는 유려한 물줄기의 자태가 눈부시다.

말발굽폭포를 향해 허공을 가르며 짜릿한 질주를 즐기는 ‘폭포 감상 집라인’도 있다.

말발굽폭포의 옆면. 이병학 선임기자
말발굽폭포의 옆면. 이병학 선임기자
유람선을 타고 올려다본 미국 쪽 나이아가라폭포. 이병학 선임기자
유람선을 타고 올려다본 미국 쪽 나이아가라폭포. 이병학 선임기자
토론토 서쪽, 차로 1시간30분 거리에 찾아가볼 만한 마을이 있다. 작지만 아름답고 고풍스런 마을 세인트제이컵스(야콥스)다. 본디 온타리오 남서부의 북미 원주민들이 이주해, 농사와 수렵을 하며 정착해 살던 마을이다. 18세기 후반 미국 펜실베니아에서 온 메노나이트(종교개혁 시기에 등장한 개신교의 분파 메노파 교인들)가 기독교의 박해를 피해 이곳에 정착하면서 현재의 마을 모습을 이뤘다고 한다. 이들은 과거 전기와 자동차 등을 거부하고 마차를 이용하는 등 문명 생활을 거부하는 삶을 살았다. 요즘도 이 마을은 지나친 개발과 도시화를 거부하는 등 비교적 옛 모습을 간직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세인트제이컵스(야콥스) 거리의 기념품가게. 이병학 선임기자
세인트제이컵스(야콥스) 거리의 기념품가게. 이병학 선임기자
세인트제이컵스의 빗자루 공방.  이병학 선임기자
세인트제이컵스의 빗자루 공방. 이병학 선임기자
옛 제작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다양한 공방과 가게, 식당, 브루어리, 찻집, 교회 그리고 오래된 주택들이 오래된 나무들에 둘러싸여 아늑하게 자리 잡고 있다. 천천히 마을길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100~200년 된 방앗간, 빗자루 공방, 교회, 주택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마을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메이플시럽’(단풍나무 수액 시럽)으로도 이름 높다. 메이플시럽박물관에 들르면 단풍나무 수액 채취 도구와 수액을 끓이고 보관하는 용기, 옛 채취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만날 수 있다. 입장료도 안내인도 없는 지하 박물관이다.

세인트제이컵스 거리에 전시된 낡은 수레바퀴.  이병학 선임기자
세인트제이컵스 거리에 전시된 낡은 수레바퀴. 이병학 선임기자
매주 토요일 열리는 ‘세인트제이컵스 파머스 마켓’도 유명하다. 주민들이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과일·곡물 등 농산물, 메이플시럽·치즈 등 가공식품과 생활 도구 등을 파는 시장이다, 각 지역 주민들과 관광객이 몰려 북적이는, 대형 주말 시장이다.

토론토에서 온타리오호 북부 호반을 따라 차로 3시간 가까이 달리면, 크고 작은 섬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사우전드제도 입구로 들어서게 된다. 몬트리올과 퀘벡을 거쳐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물길인 세인트 로렌스강의 들머리 지역이다. 캐나다·미국 경계를 이루는 강줄기에 무려 1500여개의 섬이 흩어져 있다. 일부 섬들은 ‘사우전드 아일랜즈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수심은 깊은 곳이 60m 정도로, 봄부터 가을까지는 낚시·뱃놀이, 겨울엔 얼음낚시를 즐기러 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사우전드제도의 크고작은 섬들.  이병학 선임기자
사우전드제도의 크고작은 섬들. 이병학 선임기자
사우전드제도의 섬들엔 대개 별장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사우전드제도의 섬들엔 대개 별장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병학 선임기자
고풍스런 성이 세워져 있는 하트 섬.  이병학 선임기자
고풍스런 성이 세워져 있는 하트 섬. 이병학 선임기자
록포트 등의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섬들 사이를 돌며 경치를 즐길 수 있다. 경치 감상이라기보다는 크고 작은 섬들에 지어진 호화 별장들과 요트들을 구경하는 뱃놀이다. 19세기 각 지역 부호들의 별장지로 섬들이 이용되다가, 일반에 공개되면서 관광지로 떠올랐다고 한다. 불과 몇 평 안 돼 보이는, 곧 물에 잠길 듯 위태로운 작은 섬에 지어진 아담한 별장도 있고, 중세의 호화로운 성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별장도 보인다.

가장 호화롭고 유명한 성이, 호텔 재벌 볼트가 1900년 아내를 위해 지었다는 하트 섬의 볼트 성이다. 준공 직전 아내가 죽자, 볼트는 그 후 다시는 이 섬을 찾지 않았다고 한다. 방치됐던 성을, 널찍한 정원에 120여개의 방을 갖춘 6층짜리 성으로 재단장해, 현재는 결혼식 장소 등으로 쓰인다. 물길 곳곳에 세워놓은 항로표지용 철구조물 꼭대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어김없이 나뭇가지들을 얽어 만든 새 둥지가 있는데 독수리 둥지라고 한다.

토론토/글·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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