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드는 라탄 소품>을 쓴 최은지·김민정 작가가 만든 라탄 바구니와 의자, 전등갓. 사진 황금시간 제공
올봄엔 바구니를 짜보자. 나만의 바구니를 엮어 한적한 곳으로 봄 소풍을 떠나보는 거다. 바구니 하나 짜다 보면 가방, 잡지꽂이, 심지어 내 몸을 탄탄하게 받쳐줄 의자까지 욕심이 날 수 있다. 손으로 짠 나무 공예품들은 집 안에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더하는 한편, 눈엣가시 같았던 플라스틱 소품을 줄이기에도 더없이 좋은 대용품이다.
나무 공예는 얼핏 보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지만, 기본기만 익히면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배우기 쉬운 나무 공예로는 대중적으로는 라탄 공예, 새로운 트렌드로 자작나무 껍질 공예가 있다. 이쯤 되면 일상에서 흔히 봐왔던 대나무 바구니가 생각날 수도 있다. 한국 전통 대나무 공예의 경우 나무를 엮어 만든다는 점에서 결이 같지만, 아쉽게도 대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이 흔치 않다. 라탄이나 자작나무 껍질보다 재료 수급이 어려운 탓이라고 한다.
국내 라탄 공예의 대가 박금자 ‘한국등공예연구회’ 회장과 한국에 자작나무 껍질 공예를 처음 들여온 오나영 ‘카나비요르크’ 대표에게 라탄 공예와 자작나무 껍질 공예(네베르슬뢰이드)의 모든 것을 물었다.
한국등공예연구회 작업실의 라탄 작품들. 신소윤 기자
할 수 있다, 독학?
라탄 공예의 경우 최근 1~2년 사이 인테리어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높이자면서 관련 도서가 쏟아졌다. 대형 가구 브랜드에서 라탄을 소재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뉴트로 열풍이 불면서 1980년대 등나무 가구 또한 소환됐기 때문이다. 최근엔 온라인 강의도 찾아보기 쉽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라탄 독학’이라고 쓰면 수천개의 콘텐츠가 뜬다.
국내에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자작나무 껍질 공예의 경우 <네베르스로이드>가 거의 유일하게 출간한 책이다. 눈썰미가 좋고, 손재주가 있는 편이라면 자신의 손을 믿고 책과 유튜브 무료 강의를 통해 도전해보자.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면 전국 각지의 공방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네베르스로이드>의 저자 오나영 대표는 “책을 보고 혼자 작업을 하다가 안 풀리는 부분이 있어서 직접 공방 수업을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뜻. 공방의 일회성 수업은 대부분 5만~7만원 정도다.
여행 예약 사이트 ‘에어비앤비’ ‘마이리얼트립’ 등엔 제주, 부산, 경주 등 전국 여행지에서 참여할 수 있는 라탄 원데이 클래스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다.
코로나19 시국, 대면 수업이 부담스럽다면 여러 공방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수업도 도움이 된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에서는 5~10개의 라탄 제품을 만드는 5개월 수강권이 20만~30만원 선에서 판매 중이다. 준비물 키트까지 알아서 배송해준다.
재료는 어떻게 구할까?
라탄의 경우 온라인 쇼핑몰이나 누리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검색창에 ‘라탄 환심’이라고 치면 라탄 공예의 기본 재료인 기다란 나무줄기를 구할 수 있다. 환심이란 등나무의 겉껍질을 벗기고 둥글고 길게 뽑은 나무줄기를 말한다. 1~7㎜까지 굵기가 다양하다. 인도네시아산 라탄을 가장 고급품으로 친다. 초심자도 쉽게 짤 수 있는 2㎜ 라탄 환심의 경우 시중에서 500g에 2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손바닥보다 조금 큰 바구니를 만드는데 환심 약 100g이 쓰이니, 2만원으로 바구니 5개는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자작나무 껍질 공예의 경우 라탄에 견줘 재료 원가가 비싼 편이다. 20㎜짜리 네베르(자작나무 껍질 띠) 한 줄이 약 2000원 정도 한다. 자작나무 껍질 바구니 하나를 만들 때 재료비는 보통 2만~7만원, 오너먼트 등 작은 장식품의 경우 5000원에서 2만원 대로 재료를 살 수 있다.
공방 수업을 듣는다면 다른 루트보다 공방을 통해 재료를 구하는 것이 가장 믿음직하다. 각 공방에서 취급하는 질 좋은 재료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고, 만들고 싶은 제품에 따라 디아이와이(DIY) 키트도 제작해서 판매하기 때문이다.
나무 재료만 구한다면 별다른 도구가 필요 없다는 점은 나무 공예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가위, 자, 연필, 송곳이나 나무 주걱 등 특별히 구하기 어려운 도구가 없다. 라탄 공예의 경우, 나무를 물에 적셔 부드럽게 만든 뒤 작업하기 때문에 넉넉한 크기의 물그릇, 그리고 작품을 만드는 중에 수시로 물을 뿌리기 위한 분무기 등만 추가로 준비해두면 된다.
라탄 공예로 만든 인형. 사진 한국등공예연구회 제공
나무 엮어 어디까지 만들 수 있니?
바구니는 나무 공예의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바구니를 익숙하게 잘 짤 수 있게 되면, 이를 응용해 다양한 일상 소품을 만들 수 있다. 뜨개질로 치면 목도리 짜기에 해당하는 것이 나무 공예에선 바구니인 셈이다. 자작나무 껍질 공예의 경우 재료가 부드럽고 질긴 편이라 가방, 장식품 등 다양한 생활 소품을 만들기 좋다. 대신 가구와 같은 무게를 지탱하는 제품을 만들진 않는다. 오래전 스웨덴에서는 자작나무 껍질로 비옷과 신발을 만들어 신었다고도 한다.
라탄 공예는 비교적 확장성이 큰 편이다. 작은 인형부터 테이블 매트, 의자, 테이블, 칸막이까지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라탄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협회가 만들어져 자격증 과정을 진행 중인데, 한국등공예연구회의 경우 30회 정도 수업을 수료하고 나면 웬만한 물건을 모두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어른 손바닥 두개를 합친 크기의 간단한 바구니의 경우 라탄이든 자작나무 껍질이든 초보라도 2~3시간이면 충분하다. 라탄 의자의 경우도 숙련자가 아니더라도 2~3일이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라탄으로 테두리를 장식한 거울. 사진 황금시간 제공
어떻게 활용해?
나무 공예품들은 크게 유행을 타지 않는데다, 자연스러운 색감 덕분에 웬만한 가구나 인테리어에 스미듯 어우러진다. 자작나무 껍질 공예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고, 원색의 북유럽 인테리어와 잘 어울린다. 라탄 공예품들은 동남아풍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요즘 유행하는 베이지나 백색 톤의 인테리어에도 의외로 잘 어울린다. 또한 나무 공예품들은 리넨, 화분 등 자연 소재에서 가져온 소품, 꽃이나 나무 그림 액자들과도 특히 잘 어울린다고 하니 참고하자.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