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알파고’와 대국을 시작하며 첫수를 두고 있다. 이 9단은 이날 제1국에서 흑을 잡고 186수 만에 알파고에 불계패했다. 연합뉴스
12일, 이세돌-알파고 제3국
‘패’와 ‘초난전’으로 갈 것인가?
2패로 벼랑 끝에 몰린 이세돌 9단이 12일 오후 1시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5번기 3국을 치른다. 5국까지는 무조건 두기로 돼 있지만, 3국에서 패하면 ‘인간 대표’와 로봇의 대결 승패는 갈린다. 이세돌 9단으로서는 반전의 계기를 잡아야 한다.
이세돌은 1·2국에서 각각 상반된 형태의 알파고 대응전략을 썼다. 1국에서는 초반 비틀기로 혼란을 주려 했고, 2국에서는 정반대로 기다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결과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1·2국을 통해 알파고는 상상보다 강한 기력을 드러냈을 뿐, 약점을 노출하지도 않았다. 로봇이기 때문에 기풍이나 특징도 없이 이기는 수만 두었다.
1·2국을 지켜본 프로 기사들은 이 지점에서 패와 초난전을 제시하고 있다. 동형 반복을 막기 위해 있는 바둑의 ‘패’는 판세를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 폭발력이 있다. 초난전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도록 판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다. 김만수 8단은 “1·2국까지 패가 한번도 안 나왔다. 알파고가 의도적으로 패 상황을 배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세돌이 과거 그랬던 것처럼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던져 난전으로 끌고 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알파고가 딥러닝의 도움으로 인간의 직관을 따라왔다고는 하지만, 대세점이나 판단력을 요구하는 패까지 정복했는지는 불투명하다. 알파고는 표본 추출하듯 그럴듯한 경우의 수 상황만을 추려 수읽기와 승률 판단을 하기에 빈틈이 있을 수도 있다.
정보가 모두 노출된 이세돌이 베일에 싸인 알파고와 맞설 때는 평정심도 중요하다. 박치문 한국기원 부총재는 “이세돌보다 크게 놀라고 상처를 입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승부사는 혼자 일어서야 한다. 알파고가 절벽은 아니다”라고 했다. 조혜연 9단도 “알파고의 미로에서 헤어나야 한다. 이세돌 사범이 마법을 부리듯 길을 찾아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세돌 9단은 2국 패배 뒤 후배 기사들과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농심배 일정과 귀국 뒤 인터뷰 행사 등으로 심신이 피곤했지만, 11일에는 수면 등으로 꿀맛 같은 하루 휴식을 취했다. 누나인 이세나씨는 “동생이 마음을 추스르고 본인의 바둑을 두어야 한다. 알파고가 신의 실력이 아니기를 바라본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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