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 데미스 하사비스가 11일 오후 카이스트 정문술빌딩에서 카이스트 학생과 대덕특구 연구원 등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인공지능과 미래’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철저한 계산 아래 경제적으로 이기는 수만 둬
‘이기기 위해 태어난 승부사’ 알파고의 실력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IT 전문가들은 12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3번째 대국에서 또 불계패하자 수천만개의 기보를 반복 학습하며 단련된 인공지능의 위력을 실감한다며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딥러닝 기술 개발사인 마인즈랩의 유태준 대표는 “대국이 막바지로 가면 경우의수가 줄고 알파고의 계산 부담이 줄어들어 인간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이세돌 9단이) 결국 초반 전투에서 무조건 강력하게 밀어붙이자는 판단을 한 것 같은데 알파고의 대응이 정말 만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세계 챔피언이 혼신의 연구 끝에 내놓은 승부수를 간단히 무력화시킨데 대해 국내 바둑계와 IT업계가 알파고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다는 탄식도 터져 나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인간보다 얼마나 잘 두는지 그 격차도 알기 어렵다는 얘기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미디어 브리핑에서 알파고의 약점은 대국을 둬봐야 할 수 있다며 자신들도 정확한 실력을 파악하지 못한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이날 대국 현장을 찾은 AI전문가 김대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작년 10월 판후이와의 대국을 보면 알파고는 상대방보다 약간 잘해 경제적으로 이기는 것이 목표인 것 같다”며 “이세돌 9단보다 10배 잘 두는 사람이 와도 (이세돌 9단보다) 11배 잘하는 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알파고는 승리의 기쁨도 모르고 패배의 서러움도 모르고 오로지 계산과 예측만 한다. 알파고를 만든 개발자들도 아마도 알파고의 정확한 실력은 모르고 있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제5국의 심판을 맡을 이다혜 4단은 “알파고의 과거 대국 자료가 최소 10판은 있어야 패턴이나 생각하는 방식을 연구할 수 있는데 너무 자료가 없다. 이기기 위해 최선의 수를 둔다는 것만 알지 스타일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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