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5번기 제3국 맞대결에 패한 뒤 대국장을 나서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16.3.12 연합뉴스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한 것 아냐…4,5국 지켜봐 달라”
이세돌 9단은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5번기 3국 패배 뒤 기자회견에서, “비록 알파고한테 졌지만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날도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딥마인드 최고경영자와 인터뷰에 나선 이세돌 9단은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내용이나 승패도 그렇고 여러 가지 기대를 많이 했을텐데 무력한 모습을 보여서 죄송하다”고 했다. 그는 “결과론적으로 1국은 그 상황으로 돌아가도 어려웠을 것이다. 알파고의 능력에 대한 오판 때문에 다시 돌아가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 역시 승부는 2국에서 난 것 같다. 2국 초반에는 내 의도대로 흘러갔고, 여러 번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을 놓쳤다”고 했다. 이 9단은 “오늘 3국에서는 압박감과 부담감이 심했다. 바둑적인 면에서는 여러 경험이 있었지만 이렇게 심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벗어나기에는 나의 능력이 못 미쳤다. 역시 인간은 심리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4, 5국을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이 9단은 알파고의 기력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했다. 그는 “알파고가 놀라운 프로그램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아직은 완벽하지는 않다. 신의 경지는 아니다. 어떻게 보면 알파고의 우월한 점도 있지만 분명히 약점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의 승부가 인간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졌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선, “오늘은 이세돌이 패배한 것이지 인간이 패배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세돌은 압박감에 대해, “사람과 상대해 0-2로 졌다면 이 정도 스트레스는 아니었을 것이다. 오늘 3국에서 그런 압박감이 컸다. 알파고와의 승부는 새로운 경험이어서 적응을 못했다. 그래서 허무하게 내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사비스 최고경영자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도 할 말을 잃었다. 굉장히 놀랐다. 접전의 접전을 거듭했다. 알파고의 컴퓨터는 초당 수만개의 확률을 연산하는데 이세돌과 접전을 벌였다. 알파고 딥마인드 팀의 노고와 천재성에 감사을 표한다”고 했다. 하사비스는 또 “아직 1~3국의 대국을 분석할 시간이 없어 분석하지 못했다. 결과는 좋게 나왔지만 개선할 여지는 있다. 2국의 대국을 보면 단점이 있는 것 같다. 다 끝나고 나서 돌아가서 면밀히 분석하겠다”고 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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