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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희의 맛있는야구] 2021 가을야구, 무엇을 보셨나요

등록 2021-11-19 04:59수정 2021-11-19 08:23

케이티 위즈 박경수가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호수비를 보여주고 았다. 연합뉴스
케이티 위즈 박경수가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KBO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호수비를 보여주고 았다. 연합뉴스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온갖 서사를 남겼습니다. 가을야구 서사에는 마침표, 쉼표, 그리고 물음표가 있었습니다. 느낌표의 감동도 있었네요.

그럼 맨 먼저 ‘처음’ 이야기를 해볼까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오른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도, 준플레이오프 때 류지현 엘지(LG) 트윈스 감독도, 플레이오프 때 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도 포스트시즌은 처음 겪는 초보 사령탑이었습니다. 비록 ‘곰탈여’(곰의 탈을 쓴 여우)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에게 혼쭐이 나면서 가을야구와 조기 작별을 했지만 “패배도 경험”이라는 허 감독의 말처럼 과거의 패배를 디딤돌 삼은 오늘의 준비가 내일의 결과를 다르게 만들겠지요.

문득 그런 의문도 생겼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진짜 실력이 나올 텐데 과연 한국 야구는 초보 감독들에게 경험 축적의 시간을 주고 있을까요? 단기 성적에만 급급해 감독들을 늘 벼랑 끝에 세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누군가 그러더군요. “국내에서는 김태형 감독만이 다른 야구를 한다”고 말이죠. 올해 여실히 드러나긴 하더군요.

김 감독은 정규리그 막판에 이르러 확실히 잡아야 하는 경기는 반드시 잡는 승부사 기질을 보였습니다. 가을야구에서 이는 더 명확했고요.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나면서 한계에 이르긴 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감독의 야구’가 무엇인지 보여줬습니다. 오로지 선수 컨디션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랐던 다른 팀들과는 달랐네요. 따지고 보면, 김태형 감독 또한 7년 전에는 초보였습니다. 7년간의 축적이 지금의 김 감독을 있게 한 것이겠지요.

선수들에게도 ‘처음’은 있었지요. 특히 케이티(KT) 위즈 박경수(37)와 황재균(34)이 쓴 서사가 흥미롭습니다. 베테랑급인 둘은 이번이 한국시리즈 첫 데뷔 무대였습니다. 박경수는 프로 18년 만에, 황재균은 14년 만에 시즌 마지막 날까지 그라운드에 서 있게 된 것이지요. 이제 프로 통산 1500경기를 뛴 선수 중 한국시리즈 출전 경험이 없는 현역 선수는 3명(삼성 강민호, 롯데 이대호 손아섭)으로 줄었네요.

한국시리즈 내내 박경수, 황재균은 돋보였습니다. 타구 처리가 까다로운 인조구장에서 놀라울 정도로 안정된 수비 능력을 보여주더군요. 특히 박경수는 물불을 안 가리고 온몸을 날리는 수비로 팬들의 환호를 이끌었습니다. 공격에서도 이들은 생애 첫 한국시리즈 홈런을 쳐냈습니다. ‘노병은 죽지 않는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더군요. 그 많은 세월이 몸 안에 켜켜이 새겨 준 그라운드 경험치를 무시 못 하는 거겠지요.

이강철 케이티 감독은 한국시리즈 인터뷰 내내 타이브레이커(1위 결정전·10월31일)때의 경험을 얘기했습니다. 삼성과의 타이브레이커에서 상대 실책을 발판 삼아 1-0, 극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 한국시리즈를 처음 치르는 선수들에게 예방주사가 됐던 것이지요.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됐던 듯합니다. 벼랑 끝 단판 승부에서 살아 돌아왔으니 한국시리즈는 오히려 더 수월했겠지요.

어쩌면 올해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을 한 단어로 정리하면 ‘경험’이라고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초보의 실수와 베테랑의 관록이 섞여 또 다른 현재진행형의 서사를 만들어 냈으니까요. 2021년 가을야구에서 당신은 무엇을 보셨나요.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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