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이 지난 2022년 11월7일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 무사 1, 3루에서 역전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환호하던 모습. 김강민은 에스에스지 랜더스가 통합 우승을 거둔 2022년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였다. 연합뉴스
야구판에 ‘김강민’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22일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한화 이글스가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김강민(41)을 4라운드에서 지명하면서 빚어진 파장이다. 더는 인천 유니폼을 입은 김강민은 없다.
2차 드래프트는 2019년 이후 중단됐다가 올해 부활했다. 출전 기회가 제한된 선수들에게 제2의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다. A구단에서 50원어치 쓸모의 선수가 B구단에서는 100원어치 쓸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 구단은 쓰임새에 맞춰 35인 보호 선수 명단을 짰는데, 에스에스지는 전신 에스케이(SK) 와이번스를 포함해 23년 동안 한 팀에서만 뛴 김강민을 35인 명단에서 제외했다. 김강민이 한화에 지목된 뒤에서야 “김강민과 은퇴 및 지도자 연수 등을 논의 중이었다”면서 당혹스러워했다.
야구위(KBO)에 따르면, 각 구단은 지난 14일 보호 선수 및 지명 가능 선수 명단을 1차로 받았다. 에프에이(FA) 선수 공시 뒤 명단은 20일 추가로 전달됐다. 즉, 에스에스지는 2차 드래프트 당일까지 다른 9개 구단 단장 등에게 김강민에 대한 현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와 양해를 구할 8일의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에스에스지 수뇌부는 어떠한 조처도 하지 않았다. 안일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대목이다.
더불어 지명 가능 선수 명단 자체에도 충분한 보호 장치가 있었다. 입대 예정이나 은퇴 의사를 밝힌 선수들은 따로 표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에스에스지는 김강민에 대해 어떠한 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년이면 42살이 되는 선수를 타 구단은 지명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2차 드래프트에 임했다. 요행만 바란 게 지금의 결과다. 만약 김강민과 동갑내기인 추신수가 자동 보호 선수(입단 1~3년차)로 묶이지 않았다면 과연 에스에스지는 추신수를 35인에서 제외했을까.
김성용 에스에스지 단장은 2차 드래프트 직후 “그것(지명)을 어떻게 예상하느냐”며 다소 억울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타 구단의 지명 가능성을 꼼꼼하게 따져가며 보호 선수 명단을 짜는 게 팀 운영자가 할 일이다. 다른 9개 구단도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서 35인 명단을 짰고, 울며 겨자먹기로 유망주를, 베테랑을 포기했다. 이는 단지 선택의 문제였다.
본인의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다면 일단은 김강민을 35인 명단에 넣고 차후 협상을 진행했어야 했다. 다른 단장들에게 사전에 읍소의 시간을 갖거나. 그것이 팀을 다섯 차례나 우승시킨 프랜차이즈 선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였다. 이후 협상 과정에서 구단과 뜻이 맞지 않아 자유계약으로 풀어줘야만 했더라도 응당 그랬어야만 했다.
사실 에스에스지는 지난해 말부터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창단 뒤 첫 통합우승을 함께한 류선규 단장을 경질했고, 올해는 계약 기간 2년이 남은 김원형 감독을 해임했다. 엔씨(NC) 다이노스 구단 도움으로 지도자 연수를 하던 손시헌 코치를 빼 왔고, 한국시리즈를 앞둔 이호준 엘지(LG) 트윈스 타격코치의 차기 감독 후보설을 흘렸다. 그리고, 김강민을 보호 선수에서 제외했다. ‘35인’이라고 하지만 자동 보호 선수 수를 고려하면 구단은 45인 안팎을 묶는 것이었다. 에스에스지 내부에서는 이미 김강민의 내년 은퇴를 기정사실화 했다고 풀이될 수 있다.
가장 최악은 에스에스지가 선택을 김강민에게 떠넘겼다는 점이다. 김강민은 이제 한화 유니폼을 입거나 의도하지 않은 은퇴를 결정해야만 한다. 어떤 선택이든 상처는 남을 것이다. ‘23년 원클럽맨’에 대한 대우가 마냥 아쉬운 에스에스지의 겨울 행보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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