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당 3000만원의 팬 서비스 이벤트를 하고 있는 김광현(SSG 랜더스). 연합뉴스
#1승. 인천 지역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전원(약 2만4500명)에게 문구 세트와 야구장 입장 티켓을 선물했다.
#2승. 인천 지역 소외계층 어린이 및 복지 종사자 1000명을 홈구장으로 초대(4월21일)했다. 4월30일 홈경기 때 팬 1000명에게 응원 수건 2000장과 초콜릿 우유 1만개를 안겼다.
#3승. 5월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 방문 팬 1000명에게 쿨러백 1000개를 나눠준다.
#4승. 5월31일 이벤트에 당첨된 홈팬들에게 ‘KK 시그니처 와인’ 200병을 선사한다.
#5승. 6월10일 홈구장 방문 팬 1000명에게 텀블러를 준다.
‘KK’ 김광현(34·SSG 랜더스)에게 1승은 그냥 1승이 아니다. 승 적립 때마다 그는 돈을 쓴다. 그것도 아주 많이. 승을 추가할 때마다 3000만원 이상이 지출되는 일명 ‘KK 드림 기프트’ 이벤트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이 일정액을 보태는 것도, 후원사를 낀 것도 아니다. 순수하게 자비로 비용을 전부 충당한다. 애초 목표한 승수는 15승. 즉 김광현은 올해 4억5000만원을 팬서비스를 위해 쓰기로 작정했다. 하지만 난공불락(6경기 등판, 5승 무패 평균자책점 0.47)의 현 추세가 이어지면 개인 최다승인 17승(2010년, 2019년)을 훌쩍 넘길지도 모른다. 이럴 경우 팬 서비스에만 5억원 이상의 자비가 들어간다.
4대 프로스포츠 최고 연봉자(81억원)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81억원은 계약금이 포함된 액수다. 올 시즌 뒤 KBO리그에 샐러리캡이 도입되면서 비정상적으로 계약 첫해 연봉만 높아진 점도 있다. 내년 이후에는 연봉이 평균 23~24억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높은 연봉을 받더라도 선뜻 거액을 내놓기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김광현은 방문 경기를 가도 관중석으로 올라가 어린이 팬들 위주로 사인해준다. 누가 강요해서 억지로 하는 게 아니다. 선수 본인이 깨달은 바가 있기에 나오는 행동이다. 김광현은 ‘KK 드림 기프트’ 이벤트에 대한 계획을 밝히면서 “KBO리그에 2년 만에 복귀하면서 팬 여러분께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드릴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고, 가급적이면 실제로 야구장에 오시는 많은 분께 혜택을 돌려드리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 그의 야구 모토는 “즐기자”이고 그 즐거움을 팬들과 공유한다.
팬 서비스는 습관이다. 처음은 어렵지만 실천하면 쉬워진다. 나중에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행동하게 된다. KBO리그에 ‘김광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굳이 큰돈이 들어가는 이벤트가 아니어도 괜찮다. 팬의 마음은 사인 하나에도 움직인다. 특히 어린 팬일수록 그렇다. 리그의 품격은 선수 개개인의 행동이 쌓이고 쌓여 올라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김광현은 14일 엔씨 다이노스와 경기에 시즌 7번째 선발 등판한다. 6승을 하면 그가 팬들에게 어떤 선물 보따리를 풀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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