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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야구·MLB

야구 ‘이런 대표팀 안된다’

등록 2006-12-02 20:35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3회 연속 우승을 호기롭게 장담했던 야구 대표팀이 대만에 이어 일본 사회인 야구팀에도 패하자 '이런 대표팀은 앞으로 절대 안된다'는 비난 여론이 나라 안팎에서 빗발치고 있다.

대표팀의 투지도 부족했고 상대 전력 분석은 더군다나 안 됐다. 컨디션도 엉망인 상태에서 당연한 우승을 바라기는 어찌 보면 어불성설이었는지 모른다.

2일(한국시간) 알 라얀 구장에서 벌어진 한국-일본전을 생중계한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정말 대표팀 선수라면 앞으로 이렇게 야구하면 안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기 중 화장실에서 만난 일본 기자가 '한국 야구가 아마추어를 상대로 이렇게 끌려 가도 되느냐'고 물었을 때는 정말 뭐라 말할 수 없는 처지였다. 이겼더라도 창피한 승리였을 것"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응용 삼성 사장은 한 때 예선 탈락 위기에 빠지는 등 천신만고 끝에 동메달을 획득한 뒤 "정말 열의가 없는 선수는 다시는 대표팀에 뽑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국 프로야구 포지션별 최상급 선수들을 끌어 모았지만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게 판명났다.

뿐만아니라 흐르는 세월속에 기량은 퇴보하고 있지만 이름값만으로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몸값 등 한국 야구가 안고 있는 병폐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선수단의 집중력 해이 현상은 팬들의 분노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30일 대만전에서 실투로 홈런을 3방이나 허용하며 2-4로 패했던 대표팀은 이날도 알 라얀 구장 좌측에서 우측으로 부는 바람을 가볍게 여기다 결정적인 홈런 3방을 맞고 주저 앉았다.


공이 뜨기만 하면 바람을 타고 훌쩍 펜스를 넘어갔던 것을 상기하면 원 바운드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볼을 낮게 던졌어야 했다. 지난달 23일 도하에 들어와 1주일 간 적응 훈련을 가졌지만 도하의 바람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지 못해 결국 낭패를 봤다.

김재박 감독이 추구하는 '작전 야구'의 근간이랄 수 있는 번트는 이날도 실수 행진이 이어졌다. 0-0이던 2회 무사 1,2루에서 나온 박재홍의 번트 실패, 3회 무사 1루에서 박진만의 번트 플라이 아웃 등은 '때만 되면 작전을 걸겠다'전 김 감독을 무색게 한 결과였다.

한국은 대만전에서도 4번의 번트 실패로 수많은 찬스를 무산시켰다. 단기간에 번트 실력이 확 늘 수는 없다고 할지라도 집중력이 살아 있었다면 50% 이상의 성공이 보장됐을 테지만 한국의 번트 실력은 대만과 일본보다 형편 없었다.

이날 7-7로 맞선 9회 1사 2루에서 나온 유격수 박기혁의 포구 실책은 더욱 결정적이었다. 강풍 탓에 쇄도하던 중견수 이용규에게 맡겼다면 연장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일이 꼬이는 바람에 끝내기 홈런의 빌미를 제공했다. 역시 집중력이 부족해 생긴 일이다.

김재박 감독의 선수 기용도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3회 선발투수 유현진이 집중타를 얻어 맞고 위기에 몰렸을 때도 김 감독은 교체를 미루다 결국 4-5로 역전 당하고 나서야 마운드에서 그를 내렸다.

7회 2사 1,2루에 등판한 마무리 오승환이 볼넷만 5개를 내주는 등 심각한 컨트롤 난조를 보였지만 김 감독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믿을만한 투수가 없었을 수도 있으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투수를 계속 밀어 붙이는 것은 반드시 1승이 필요한 단기전에서는 금기사항이다.

김 감독이 대만전과 일본전에서 여러 차례 투수교체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김 감독은 향후에도 '도하 참변'이 두고 두고 따라다닐 전망이다.

이번 대표팀은 올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4강 감동을 이어가지 못하고 한국 야구를 아시아 변방으로 추락시켜 '용두사미'로 시즌을 마치게 했다는 점에서 더욱 팬들의 원성이 오랜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도하=연합뉴스) 특별취재단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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