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힐까, 안 뒤집힐까. 기다림의 쫀득함이 있다. 한참 뒤 심판 손짓에 따라 불확신은 확신이 되고, 환호는 가끔 탄식으로 바뀐다. 프로야구가 후반기부터 시행중인 심판합의판정, 즉 비디오 판독이 그렇다. 13일까지 31차례 합의판정이 있었고, 이 중 15차례 판정(48.4%)이 뒤집혔다. 덕분에 공수에서 억울한 점은 줄어들고 있으나 아직은 설익은 측면도 없지 않다.
지난 10일 마산 엔씨(NC)-에스케이(SK)전이 한 예다. 2회초 1사 1·3루에서 조동화(SK)는 2루 땅볼을 쳤다. 병살플레이 상황이었으나 2루심은 엔씨 2루수 박민우가 베이스를 밟지 않았다며 2루 세이프를 선언했다. 엔씨는 즉각 심판합의판정을 요청했다. 하지만 심판은 합의판정 상황이 아니라며 거부했다.
9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6-9로 엔씨가 뒤진 9회말 1사 1루에서 박민우가 2루수 앞 땅볼을 때렸다.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로 경기가 끝나려는 순간, 김경문 엔씨 감독이 2루 아웃에 대한 합의판정을 요구했다. 에스케이 2루수의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졌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심판진은 ‘네이버후드플레이’가 합의판정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네이버후드 플레이는 2루 베이스 포스아웃 상황에서 유격수나 2루수가 송구를 받으면서 베이스를 스치거나 베이스가 아닌 주위의 땅을 밟아도 아웃으로 인정하는 룰이다. 수비수와 주자의 충돌을 막고 쓸데없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심판합의판정에서는 네이버후드 플레이를 합의판정 대상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합의판정 요청 대상은 ①홈런-파울 ②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③포스-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④야수(파울팁 포함)의 포구 ⑤몸에 맞는 공 등 5가지다.
9일 상황은 심판진의 판단이 옳았다. 하지만 10일은 아니었다. 네이버후드플레이 상황이었다면 2루 주자를 자동 아웃시켜야 했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합의판정을 하는 게 옳은 절차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팀도 “당시 엔씨의 합의판정요구를 받아들여야 했다”면서 심판진의 실수를 인정했다. 심판진도 아직까지는 합의판정 규칙에 대해 헷갈리는 모양새다. 10일 경기는 다행히(?) 우천 노게임이 선언됐다.
현장에서도 볼멘소리는 나온다. ‘심판 판정 뒤 30초 이내, 이닝 종료 시 10초 이내에 합의판정을 신청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이다. 30초는 중계 리플레이 화면을 보고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기 어려운 시간이다. 상대 팀이 10초 혹은 30초를 넘겨 합의판정을 요구했는데도 심판진이 받아들였다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30초 때문에 심판과 감독 간에 쓸데없는 감정싸움도 종종 빚어진다. 합의판정 대상이나 횟수(최대 2차례)를 헷갈려 하는 코칭스태프도 더러 있다.
해당 경기의 심판진이 현장에서 중계 리플레이를 보고 판독하는 것도 문제다. 화면상 판단이 애매할 경우 원래의 심판 판정으로 합의될 가능성이 높다. 비디오 판독으로 원래의 판정이 뒤집힐 경우 해당 심판은 마이너스 벌점을 받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처럼 제3의 장소에 판독 센터를 두고 별도의 판독관을 임명하는 것도 고심해야 할 듯싶다.
제도 도입 초창기에 시행착오는 늘 있기 마련이다. 특히나 심판합의판정은 여론에 떠밀려 급하게 도입됐다. 올해는 시범운영의 성격이 짙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도를 보완해가려는 의지다. 합의판정제도 ‘판독’도 필요한 시기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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