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회, 괌 정부 관광청과 엠오유(MOU·양해각서) 체결식.’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공식 누리집에 들어가면 맨 먼저 보이는 문구다. 서재응 선수협회 회장이 업무 협약을 진행한 사진도 큼지막하게 떠 있다. 문득 의구심이 생긴다. ‘괌 관광 활성화를 위한 홍보 업무’와 ‘소속 선수 복지 향상’을 위한 협력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연봉 3000만원 안팎의 선수들에게 ‘괌’은 훈련 목적이든 여행 목적이든 그저 그림의 떡일 텐데 말이다.
2014 시즌 개막 직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프로야구 선수 평균연봉은 1억638만원(신인 및 외국인선수 제외)이었다. 하지만 전체 등록 선수들의 49.9%가 연봉 5000만원 미만의 선수들이다. 연봉 총액의 44.97%는 전체 10%도 채 안 되는 상위 44명에게만 몰려 있다. 2014 시즌 기준으로 최고연봉(15억원·한화 김태균)과 최저연봉(2400만원) 차이는 62.5배. 미국 메이저리그(52배)보다 격차가 크다. 내년 시즌에 최저연봉이 2700만원으로 오르지만 상위권 선수들의 연봉은 그보다 더 가파르게 올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를 완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 선수협회다.
선수협회는 최근 몇 년 동안 12월 (강제)훈련 금지나 최저연봉 인상 등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왔다. 온라인 야구게임에 대한 선수 초상권 문제도 해결해 대상 선수들이 초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월봉의 1%를 선수협회 회비로 내는 대다수 선수들은 “선수협회가 선수들의 합당한 권리를 찾아주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상위 5% 선수만을 위해 선수협회가 존재한다”며 비난의 목소리도 나온다.
자유계약선수(FA)제도가 한 예다. 600억원 이상 쏟아진 올해 에프에이 시장에서 나주환, 이재영, 이성열 등은 높은 보상 규정 때문에 소외됐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인데 제도 때문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으면서 ‘에프에이 미아’가 되게 생겼다. 야구위 고위 관계자는 “선수협회가 제일 우선시하는 게 에프에이 취득연차를 낮추는 것이다. 다수의 에프에이 미아가 나오는 상황에서 더 많은 선수들에게 에프에이 혜택이 돌아가기 위해서는 취득연차보다 보상 차별화를 우선시해야 할 것 같은데 선수협회는 아닌 것 같다”며 의아해했다. 에프에이 취득연차와 보상 차별화, 즉 에프에이 등급제는 같은 사안 같지만 전혀 다르다. 전자는 성적 상위권 선수만을 위한 혜택이고 후자는 하위권 선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취득연차를 낮추더라도 지금과 같은 일률적 보상 제도라면 에프에이 미아만 더 많아질 뿐이다.
한 주전급 선수는 “선수협회 임원들이 2군이나 재활 선수들을 챙길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들 위주의 시스템만 갖고 일부 선수들의 이득만을 좇고 있다”고 말했다. 연봉 5000만원 이하의 선수들이 내는 회비 규모는 크지 않겠으나 선수협회를 지탱해 주는 힘은 1.5~2군 선수들이다. 선수협회 창립 목적이 ‘약자 보호’ 아니었는가.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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